文 대통령께 告합니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6-15 1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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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야3당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장관 등 정부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국회가 정해진 기간 안에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를 직접 언급하면서 “제가 보기에 당차고 멋있는 여성”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야당의 반대에 대해선 “‘대통령이 그를 임명하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일축했다.

한마디로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인사권자로서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던 자유한국당은 물론, 선택적으로 협조와 견제에 들어갔던 바른정당과 스스로 ‘준(準)여당’을 선언했던 국민의당까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제시한 5대 비리에 해당하는 사람을 (공직 후보자로) 임명하며 오만과 독선의 인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가겠다는 것인데 너무 오만하다"며 "힘을 가진 쪽에서 지지율에 기대 잘못된 판단을 하면 협치가 설 땅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이야 현 정부 출번 당시부터 대립각을 세워온 탓에 응당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바른정당과 특히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국민의당의 비판은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이날 현안관련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도덕적으로나 능력적으로 흠결 투성이인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하겠다고 선언했다"며 "문재인식 정부운영, 국회 무시이고 반(反)의회 민주주의"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강경화 후보는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약속한 인사배제 5원칙 중 4개나 해당되는 사람”이라며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등 비리종합세트 인사라는 사실이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야당의 검증은 참고만 하고 찬성 여론이 높다는 이유로 임명을 강행 하겠다고 한다”면서 “그동안 강조해 온 ‘소통’ 이 보여주기 식에 불과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김세연 사무총장도 이날 의원 전체회의에서 "이럴 거면 대통령은 왜 협치를 말했고, 우리는 왜 인사청문회를 하는 건지, 국회는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무력감을 느낀다”며 "국회는 허수아비 노릇만 하라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특히 국민의당에서도 “지지율을 믿고 폭주하지 말라”는 강력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는 후보자를 지명한 것처럼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며 “침묵하고 지켜보는 다수의 국민들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원내수석은 ‘국회 인사청문회는 대통령 인사권 행사의 참고 과정일 뿐’이라고 한 청와대 발언에 “이해할 수 없는 놀라운 발언이고, 헌법 정신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대의기관인 국회를 무시하고 대립을 계속하면 과연 문재인정부가 과거 정권과 뭐가 다른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한숨만 나올 뿐이다, 푸른 기와집(청와대)을 가면 독선과 불통으로 가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럴 거면 인사청문 제도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제도 자체를 폐기하라"고 쏘아붙였다.

사실 여론조사 결과가 어떻든 언론인의 객관적 입장에서 보았을 때, 강 후보자는 자격미달이다. 문 대통령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강 후보자만큼은 포기해 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인사권’ 운운하며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문 대통령이 볼 때에는 ‘당차고 멋있는 여성’일지 몰라도 국민의 한 사람 입장에서 볼 때 그는 ‘흠집투성이 여성’일 뿐이다. 그러니 문 대통령은 임명 강행의지를 접고, 이번만큼은 한발 물러서 주었으면 마음이다.

더구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을 무시하는 이런 처사가 국정운영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국가발전과 정치발전을 위해 부디 ‘강경화 코드인사’라는 작은 것을 버리고 ‘여야 협치’라는 보다 큰 것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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