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감히 국민을 속였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6-27 12: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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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이 지난 대선 직전 폭로했던 '문준용 취업특혜 의혹' 관련 녹취록이 당 관계자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하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지난 4.13 총선 당시 국민은 거대한 양당 패권세력을 견제하는 ‘제3지대 정당’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잘 해 줄 것이라 믿고 국민의당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런데 국민의당이 그런 믿음을 저버리고 감히 국민을 속였다. 그 믿음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지금 단단히 화가 난 상태다.

특히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향한 분노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약고처럼 위태하기 그지없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국민의당은 대선을 불과 나흘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가 고용정보원에 채용될 무렵 청와대 압력이 있었다"고 증언한 문준용씨의 미국 파슨스 스쿨 동료 녹취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그게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에 의해 조작된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결국 경찰은 이씨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26일 긴급체포했다.

물론 국민의당 당원은 20만명 가까이 된다. 따라서 그 중에 한 명이 돌출적인 행동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단순히 ‘한 당원의 과잉충성’으로 치부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나 많다.

우선 이유미 씨가 조사 과정에서 지시자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도 "모 위원장(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지시로 허위 자료를 만든 일로 남부지검에 참고인 조사를 받게 됐다"며 "당이 당원을 케어(보호)하지 않는다"고 호소한 바 있다.

그렇다면 조작했다는 이유미 씨는 누구이고 지시했다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누구인 것일까?

이유미씨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제자로 '청춘콘서트' 서포터즈로 활동했으며, 2012년 대선캠프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66일 안철수와 함께 한 희망'이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고 지난 20대 총선 때 고향인 전남 여수 지역구에서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단순히 20만명의 당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는 인물인 것이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에코준컴퍼니라는 소셜 벤처사업가로 작년 1월 15일 인재영입 1호로 국민의당에 영입됐으며, 그 해 7월 7일 박지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그를 청년비대위원으로 인선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안철수 캠프에서 2030희망위원장직을 맡았다.

두 사람 모두 안철수 전 대표 사람들인 것이다.

물론 안 전 대표가 직접 조작을 지시했다거나 묵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안 전 대표에 의해 국민의당에 들어온 사람들인 만큼 그에 대해 정치 도의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당연한 일을 외면하고 있으니 문제다.

특히 이준서 ‘윗선’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언론사 수습기자들도 어떤 제보가 들어오면 그것을 무조건 진실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진실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여기저기 크로스체크를 해보고, 신빙성이 없으면 특종욕심이 있더라도 과감히 버릴 줄 안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당 차원에서 이를 발표했는데도 박지원 당시 당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그걸 수수방관했다면 그 역시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만일 힘 있는 누군가 이 문제에 개입을 했다면, 그가 누구든 당장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참회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제3지대 정당의 모습이다.

아울러 문준용 씨의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증거조작이라는 참담한 일이 발생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취업 특혜에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특검을 통해 취업 특혜 의혹과 증거 조작 의혹 두 사건을 동시에 처리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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