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오락가락 사드’ 불안하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7-31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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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북한은 지난 28일 밤 기습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을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해 "단호한 대응을 북한 정권도 실감하도록 우리가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면서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사드포대는 발사기 6기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박근혜정부에서 발사대 2기를 설치했고, 나머지 발사대 4기는 현재 경북 칠곡군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이렇게 보관중인 4기를 추가로 배치하라는 것이다.

사드 포대의 배치가 완료되면 남한의 3분의2가량을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방어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발사대 4기 추가배치 지시는 시의적절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문재인정부가 ‘최종 배치’가 아니라 ‘임시 배치’라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지켜본 후에 최종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대체 이게 무슨 뜻인가.

앞서 지적했듯이 문 대통령이 사드 4기 발사대 임시 배치를 신속하게 지시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기습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 가운데 하나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잔여 발사대 추가 배치를 진행한 점 등은 시의 적절한 조치”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런데 남한의 3분의2가량을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사드가 환경평가 영향 결과에 따라 취소될 수도 있다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북한의 위협이 거세니 배치해 두고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다시 철수시키겠다는 것인지, 중국에 ‘최종 결정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만일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배치 불가’로 나온다면 우리 국민을 북한의 공격과 위협 속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킬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아무리 청와대에 주사파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고는 하지만 정말로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는 선택, 즉 배치된 사드를 철수시키는 무모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환경영향 평가’를 운운하며 임시배치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사드배치를 반대했던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즉 사드 배치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서면 국민의 비난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임시배치’라는 꼼수를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미리 감지하고도 사드 체계 배치 예정 부지에 대해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실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자강도 무평리에서 발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을 이틀 전인 26일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문 대통령은 북한의 마사일 도발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북한의 추가 도발 시 미군기지에 보관된 사드 발사대 4기를 즉각 배치한다’는 카드까지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상황인데도 국방부는 28일 오전 성주골프장의 사드 배치 예정 부지 전체(70만여㎡)에 대해 통상 10~15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으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입장 번복에 따른 비난을 면키 위해 사드를 조속히 배치할 계획을 세워두고도 마치 연내에 배치가 안 되는 것처럼 국민들을 오도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여전히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최종 배치’가 아닌 ‘임시 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이런 대응으로 인해 국민은 불안하다.

사드 찬성론자들은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북한의 마사일 도발을 제재할 수 있는 사드포대가 철수돼 안보 공백이 초래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사드 반대론자들은 ‘임시배치’라는 꼼수로 사드배치를 기정실화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확실하게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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