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은 ‘제2의 탁현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8-0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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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이 '황우석 사태'의 핵심인물인 박기영 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했다.

이에 따라 박기영 신임본부장은 문 대통령의 인사잘못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제2의 탁현민’이 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기혁신본부장은 차관급으로 연 20조원의 연구개발(R&D) 예산 배분을 관장하는 컨트롤타워이자 장관과 함께 국무회의 참석도 가능한 자리다. 비록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쳐야 하는 장관은 아니지만, 장관 못지않은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 직책이다.

바로 그런 자리에 문 대통령은 '황우석 사태'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박기영 본부장을 임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과학센터 김병수 부소장은 9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박기영 신임 본부장은 과학적폐”라며 “박기영 임명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 전체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과거 자신의 어리석음과 결과에 대한 반성과 그에 따른 행동이 있었다면 모를까, 전혀 그렇지 못하고 계속 정치권에 기웃거리던 이를 다시 차관급으로 국내 과학기술 혁신을 맡게 하다니, 현 정부의 인사 검증 체제에 심각한 문제가 분명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 퇴행을 보여주는 최악의 인선이자 과학계를 멍청이로 만든 이런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한시라도 빨리 정신 차리기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전날에는 서울생명윤리포럼, 시민과학센터, 한국생명윤리학회 등 9개의 학술 시민단체들이 성명을 내고 박 본부장 임명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체 왜, 과학계와 시민단체들은 이처럼 박기영 본부장 임명을 반대하는 것일까?

박 본부장은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파문에 연루돼 2006년 참여 정부 당시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자리에서 불명예 퇴진한 이력이 있다. 특히 그는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에 기여한 게 없으면서도 버젓이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려 빈축을 사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김병수 부소장에 따르면, 황우석 사건 당시 박기영 본부장은 청와대 보좌관으로서 아주 깊게 개입을 했다.

김 부소장은 “예를 들면 황우석 박사팀에게 256억 정도의 연구비를 지원하는데 기여를 했고, 당시에 인간 배아 복제를 허용할 것이냐, 이런 논란이 사회적으로 크게 있었는데 개입을 해서 황우석 박사가 실정법에 위반되지 않고 실험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역할을 한 게 이미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박 본부장은 “황우석 연구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역할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며 ‘알고 한 일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하지만 황우석 박사의 논문에 공동저자로 들어간 것은 모르고 한일이라고 발뺌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 부소장도 “정책적인 부분은 몰라서 과도하게 지원했었다고 넘어갈 수 있지만 공동저자라는 것은 그 논문에 대한 전체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당시 박 본부장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 ‘내가 윤리적 문제를 자문해 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나중에 서울대 조사위원회 결과 ‘기여한 바 없이 무임승차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망신을 사기도 했다. 더구나 그는 황우석 박사로부터 당시 2억 5000만원의 연구비를 부당하게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도덕적으로도 용인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수준의 자격미달자인 것이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도 한 목소리로 박기영 본부장 임명을 비판했다. 심지어 여권에 협조적인 정의당도 그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탁현민 논란’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여권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쌓여가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그의 경험이 필요하다”며 끝내 임명을 강행하고 말았다.

우리 국민과 과학계에 충격과 국제적 망신을 안긴 황우석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인물이 아니면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앉힐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통령 주변엔 그토록 인재가 없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 황우석 사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의 ‘눈과 귀’인 민정수석으로 근무했었다.

따라서 당시 청와대 보좌관이었던 박기영 본부장의 사건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박 본부장의 임명을 강행하고 말았다. 거기에는 국민이 알지 못하는 특별한 배경이 있을 것이다. 그 특별한 배경이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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