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창당위, ‘중도통합신당 창당위’가 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9-1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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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제2창당위원회 공동위원장에 김태일 영남대 교수와 오승용 전남대 교수를 위촉하면서 본격적인 당 혁신활동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안철수 대표는 10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2창당위원회에 당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 위기 탈출의 해법과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전담하도록 하겠다”면서 “재2창당위원회에 가능한 한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제안을 전폭적으로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태일 공동위원장은 “한국 정치에서 ‘양당체제’를 극복하는 게 국민의당의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고, 오승용 공동위원장은 “인재 영입에 의해 선거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물론 두 공동위원장의 결기가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결국 ‘혁신위 시즌2’가 되고 말 것이란 부정적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 그동안 여야 각 정당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름을 달리하는 혁신위원회를 만들고, 이런저런 안들을 ‘혁신안’이라며 제시해 왔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하기 이전에 "우리 당이 지금까지 혁신안을 만들어서 창고에 쌓여있는 게 한 트럭분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혁신안으로 당이 위기에서 벗어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쩌면 국민의당의 ‘제2창당위원회’ 역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한 트럭의 서류더미 위에 또 하나의 서류더미만 남긴 채 막을 내릴지 모른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제2창당위는 ‘중도통합신당 창당위원회’가 되어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야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국회 원내교섭단체 가운데 ‘꼴찌’다.

안철수 대표의 조기등판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 지지율은 상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향후에도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당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런저런 안을 만들어 낸다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민의당의 수권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따라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바로 국민의당이 ‘중도통합신당’을 만드는 초석이 되는 것이다. 즉 제2창당위가 실질적인 중도통합신당 창당위원회의 역할을 맡으라는 뜻이다.

사실 김태일 위원장이 언급한 것처럼 제2창당위가 ‘양당체제 극복’을 목표로 한다면, 또 다른 제3지대 정당인 바른정당과 손잡는 일에 주저할 필요가 없다. 또 오승용 위원장의 말처럼 ‘인재영입’을 위해서라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 양당통합으로 바른정당의 남경필 경기도지사나 원희룡 제주도지사 같은 인재들을 통합신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반대하고 있지만, 유 의원은 이미 힘이 빠진 상태다. 실제 유 의원이 ‘죽음의 계곡’ 운운하며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음에도 의원 만찬에서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자강론’으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바른정당이 생존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미 ‘자강론’은 필패전략임이 입증됐다. 그렇다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명백히 진 것 아니겠는가.

이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손을 잡고 거대한 집권여당과 제1야당을 견제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말처럼 자유한국당 내 합리적성향의 중도인사들, 즉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신당창당을 모색하던 정진석 의원과 박진 전 의원 등도 합류하게 될 것이고, 그로인해 중도통합신당은 단숨에 한국당을 제치고 제1야당의 위치에 올라 설 수 있게 된다. 국민의당 제2창당위원회는 바로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먼저 ‘중도통합신당’ 창당을 제2창당위 정식의제로 올려놓고 공론화하면 된다. 물론 거기에 뜻을 같이하는 바른정당과 한국당 의원들의 동참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안 대표가 제2창당위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했으니, 그런 일을 하더라도 막지는 않을 것 아니겠는가.

그러면 각종 토론회와 세미나 등을 통해 통합신당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고, 그렇게 해서 탄생된 신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태풍의 눈’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본질적인 해결책을 도외시한 채 단순히 당헌당규 개정 등을 통해 당을 혁신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부디 제2창당위는 ‘혁신위 시즌2’가 되어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 빤한 그렇고 그런 혁신안을 만든다고 허송세월을 보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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