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최고조...국민의당 선택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9-18 14: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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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 처리를 앞두고 국민의당 존재감이 최고조에 달한 분위기다.

사실 정당 지지율만 놓고 보면 국민의당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에 반도 안 되는 그야말로 ‘별 볼일 없는 정당’이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 만료일인 24일을 1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당청은 물론 야당들도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 눈치 보기에 급급한 양상이다.

실제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통해 “현 대법원장 임기는 오는 24일 끝난다. 그 전에 새로운 대법원장 선임 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며 “사법부 새 수장 선임은 각 정당 간 이해관계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 요체인 입법·사법·행정 3권분립 관점에서 봐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동안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했던 것 같아 (미국으로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을 향한 ‘읍소’로 해석되고 있다.

거대여당 지도부도 한껏 몸을 낮춰 국민의당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추 대표는 이날 경기 광주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 부결 직후 입법부와 국회의 무책임을 자문하는 과정에서 제 발언으로 마음 상한 분이 계시다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사실상 국민의당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어 "24일까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헌정 사상 초유의 사법부 공백 사태가 발생하고, 이런 사태는 여든 야든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당의 전향적 태도변화를 호소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추 대표와 마찬가지로, 그 과정에 있던 과도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회의 협치를 위해 과도한 발언은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이수 후보자 부결 이후 조성된 국민의당과 우리당의 긴장을 풀고 원만하고 합리적으로 김명수 후보자 문제를 잘 협의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앞서 추 대표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안 부결 후 부결의 책임을 국민의당에 돌리며 “뗑깡이나 부리는 집단”이라고 비판했고, 우 원내대표는 “적폐연대”라고 비아냥거린 바 있다.

이후에도 민주당은 국민의당을 향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런데 갑자기 문 대통령의 ‘읍소’이후 태도가 돌변, 국민의당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24일까지 김 후보자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사법부 양대 수장인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이 동시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읍소’나 민주당 지도부의 ‘사과’는 국민의당이 예쁘거나 무서워서가 아니라,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인 셈이다.

물론 그로 인해 국민의당은 지금 상종가를 치닫고 있으며 당의 존재감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태다.

다만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안 처리 이후에도 이런 존재감을 가질 수 있을지, 그것은 장담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지금의 높은 존재감이 정당 지지율로 이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역풍을 만나 풍비박산(風飛雹散)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인준안 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던 당초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이제라도 사과를 한 것은 다행"이라며 인준 절차를 진행할 뜻을 밝힌 것은 다행이다.

실제 국민의당은 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 협력하고 임명동의안 본회의 상정 후 표결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표결에 대해 찬반 강제당론 없이 의원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 역시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그동안 당론 때문에 여당은 ‘거수기’로 전락했고, 야당은 ‘묻지 마 반대’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입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국회의원의 개인적 소신은 묵살당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국민의당의 ‘자율투표’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새로운 정치실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부디 정부와 여당의 설득에 의해 느닷없이 ‘찬성’ 당론을 정하거나 야당 공조를 명분으로 ‘반대’ 당론을 정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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