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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제3지대 정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당내 갈등으로 분열의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결국 다당제가 무너지고 패권양당체제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은 집권 여당의 러브콜을 반기는 호남파와 여권과 거리두기에 나선 친안파의 갈등이 매우 심각하고,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 복귀를 희망하는 통합파와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자강파 간에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는 탓이다.
먼저 국민의당 내부를 들여다보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국민의당과의 공조 강화 움직임이 나타났고, 이에 국민의당 내 호남중진 의원들은 여권에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여전히 여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
안 대표는 25일 김 대법원장 인준 과정에서 찬·반 의견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데 대해 해명하면서 당시 권고적 찬성 당론 채택을 요구한 호남 중진들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의 당 대표 및 원내대표(2+2), 또는 정책위의장(3+3)까지 포함하는 상시 협의체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안 대표 측은 선을 긋고 나선 반면, 호남 중진들은 집권 여당의 전향적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런 갈등이 결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을 둘로 쪼개는 요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제3지대 정당인 바른정당의 내부 갈등은 더욱 심각하다.
유승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두고 최고조에 달했던 통합파와 자강파 간 갈등은 언제 어떻게 터져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 후폭풍으로 지도부 간 공개 설전이 오가는 등 양측의 갈등은 그야말로 폭발 일보직전이다.
실제 ‘반대’ 당론에도 불구하고 자강파 하태경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히고 찬성표를 던지자 통합파 주호영 원내대표가 “별난 사람하고는 당을 같이 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토로한 바 있다. 특히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은 단순히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출당’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양측의 이런 갈등으로 인해 전대 이전에 당이 분열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즉 전대 이전에 통합파가 탈당하고 자유한국당과 복당 협상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전당대회를 불과 50일 가량 남겨둔 시점임에도 하태경 최고위원 이외에 아무도 전대출마의사를 밝히지 않을 것은 그로인해 ‘전대 무용론’이 제기될지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누구도 드러내 놓고 말을 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은 자강파와 통합파 모두가 결국 당이 쪼개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일 게다.
이러다 국민의당은 집권당인 민주당으로, 바른정당은 제1야당인 한국당으로 각각 흡수돼 결국 ‘제3지대 정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다당제의 파국을 의미하는 동시에 패권 양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양당제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으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역사의 퇴행이자 총선민심과 촛불민심을 역행하는 대단히 잘못된 정계개편의 방향이다.
그런데도 이런 양당제 복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분열된 제3지대 정당 가지고는 당장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금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런 상태라면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한명 당선시키기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지역구에 당선자를 내지 못하면 기초 조직이 와해되고 만다. 그러면 다음 자신의 총선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국민의당 의원들은 민주당을, 바른정당 의원들은 한국당을 향해 구애의 손짓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선거연대를 하거나 통합해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낸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원심력이 감소하면서 제3당의 입지가 탄탄하게 구축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실제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이 26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과 2단계 연대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그는 “합당과 선거연대는 문제없는 상황”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미 국민의당 의원 13명과 바른정당 의원 9명이 참여하고 있는 ‘국민통합포럼’이 이날 두 번째 모임을 갖는 등 활발한 정책연대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다.
그럼에도 정치권 안팎에선 여전히 바른정당 내 통합파 의원들이 조만간 자유한국당으로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가하면, 국민의당 호남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 입당기회만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어 마음이 편치 않다. 다당제가 무너지면 선거구제 개편이나 국민주권이 강화되고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이 분산되는 분권형 개헌도 물 건너가고 말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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