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바른 ‘연대논의’ 진정성 있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0-11 12: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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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거대 패권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끊어내기 위해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제3지대 정당’이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고, 그러자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필연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제왕적대통령제의 폐단을 차단하고 협치(協治)의 시대를 열기 위해선 당연히 7공화국으로의 개헌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그 이전에라도 다당제가 정착된다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 필자는 줄곧 이런 주장을 펼쳐 왔다.

하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물론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도 이런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강론’을 고집해 왔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은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선거제도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를 계기로 양당 간의 실질적인 정책연대가 가시화될 수 있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직접 그 자리에 참석해 힘을 실어 주었다. 유 의원이 안 대표에게 “대선 후 처음 뵙는다”고 인사를 건넸고, 안 대표가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유 의원은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나라를 위해, 바른 정치와 좋은 정치를 위해 추구하는 원칙과 가치가 맞다면 협력할 준비가 언제든 돼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 의원은 선거연대나 두 당의 통합 문제 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실제 그는 “정책 이상의 정치적 통합 부분은 저는 나서는 데 굉장히 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여러 의원들이 국민의당 의원들과 접촉하고, 그런 가능성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저는 잘 듣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정책포럼이 향후 탄력을 받으면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연대하거나 통합 시나리오로 나아갈 가능성까지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국민을 위해서라면 연대를 통해 최종적으로 그러한 움직임(통합)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도 정책연대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거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 필요성을 줄곧 제기해 왔던 필자로서는 이런 변화가 반갑기 그지 없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거대한 패권양당, 즉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맞서려면 제3지대 정당이 ‘기호3번’으로 단일후보를 내야한다는 필자의 주장이 관철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이런 연대논의가 진정성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어쩌면 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연대 쇼’일지도 모른다는 강한 의구심이 드는 건 왜일까?
현재 국민의당 지지율은 안철수 대표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선출됐는데도 여전히 바닥권이다. 반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로인해 당은 패닉상태다. 이대로 가다간 지방선거 이전에 당이 붕괴될지도 모른다.

바른정당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보수우파대통합 ‘데드라인’을 바른정당 전당대회일인 11월 13일로 못을 박음에 따라 바른정당의 분당이 사실상 초읽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승민·김무성 의원이 추석 직후인 지난 9일 회동을 가졌지만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한 채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하고 헤어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심지어 황영철 의원은 전당대회 이전에 2차 탈당자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사실상 분당이 초읽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 의원이 직접 국민의당과의 행사에 나서 ‘연대’에 힘을 싣는 것은 한국당에만 국한된 당내 통합파들의 논의방향을 전환시키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그건 진정성이 없는 것이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대 논의가 선거연대나 나아가 통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바로 그런 점이 우려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이제 개인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저울질을 그만 두고, 어떻게 해야 제3지대 정당이 확실히 안착하고 다당제를 정착시킬 수 있는지, 오직 그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두 정치인의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두 사람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른바 ‘DJP연합’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었던 지혜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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