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청와대, ‘꼼수 장관’ 무슨 문제냐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0-30 11: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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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재산논란을 지켜보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제하기 어렵다.

어제 저녁 술자리에선 홍 후보자를 향해 “양아치 중의 생양아치”라는 극단적인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왜 보통의 서민들이 그에게 분노를 느끼는 것일까?

홍 후보자의 재산은 지난 4년간 무려 34억원이나 늘었다. 뭐 그럴 수도 있다. 돈 많은 장모로부터 아파트와 건물을 상속받았으니, ‘장가를 잘 간 덕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증여방식과 과정에 문제가 있다.

개인당 10억원이 넘는 증여의 경우 40%의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증여세율이 30%로 낮아진다. 그래서 못된 사람들은 높은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족 간 '쪼개기 증여'라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홍 후보자가 그런 방식을 택했다.

실제 홍 후보자는 2014년 서울 압구정동 한양아파트를 증여받을 때 부인과 절반(4억2000만원)씩 물려받았고, 2016년에는 홍 후보자의 부인과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인 홍 후보자의 딸이 서울 중구 충무로의 상가 건물을 4분의 1씩(8억6531만원) 쪼개서 증여받았다. 물론 그로 인해 한 사람이 증여를 받았다면 냈어야 할 증여세율(40%)보다 10% 낮아진 30%만 냈다.

그런데 홍종학 후보자는 평소 부의 세습과 대물림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과도한 증여를 반대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에게 이뤄진 과도한 증여에 대해선 ‘침묵’하고, 오히려 증여세를 적게 내기 위한 ‘쪼개기 증여’라는 편법까지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니 그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냉랭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홍씨의 부인은 11살 딸에게 2억2000만원을 빌려주고 네 차례에 걸쳐 차용계약을 맺었다. 상가 증여를 통해 홍 후보자 딸이 내야 할 증여세 2억2000만원을 부모가 빌려줬다는 얘기다.

만일 딸에게 2억2000만원을 그냥 주면 3000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그래서 이를 피하려고 그 어린 딸에게 이름도 어려운 계약서를 쓰도록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과도한 증여에 대해 그토록 반대하던 사람이 정작 자신은 과도한 증여를 받으면서 3000만원의 세금을 덜 내려고 이런 치졸한 방식을 썼다는 사실에 국민이 지금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장관이 되겠다는 사람이 이런 ‘꼼수’로 세금을 덜 냈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홍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이다.

바른정당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30일 홍종학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주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후보자의 결격사유를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국민 자존심이 납득할 수 없다"며 "청문회까지 기다릴 필요 없다. 빨리 거취를 정하는 게 정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청와대 관계자는 홍 후보자의 재산논란에 대해 "기록에 있는 것이니까 검증 과정에서 다 봤다고 봐야 한다. 숨겨진 재산이 드러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미 홍 후보의 검증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고, 숨겨진 재산이 드러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정말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식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구시대의 적폐를 청산하고 반칙 없는 공정사회를 이루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정작 ‘꼼수’를 부린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전문성이 없는 코드인사를 철회하거나 홍 후보자 스스로 물러나도록 해야 한다. 부의 세습이나 대물림을 강하게 비판하던 사람이 스스로 자녀에 대한 부 대물림 논란의 한가운데 섰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위선’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니만큼,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11월10일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밀어붙이겠다면, 그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기도 어렵거니와 국민의 정서에도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국회에서 부결되더라도 인사권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라면, 그것은 곧바로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그에 따른 국정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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