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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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통합의 여파로 잠시 주춤했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통합 논의가 다시 점화될 것 같다.
실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송기석 의원이 “여전히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불을 지피고 나섰고, 바른정당 자강파도 중도·보수 대통합을 적극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거대 패권양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양당제로 회귀하는 것을 방지하고, 다당제의 안착을 위해 ‘제3세력’이 손을 잡을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통합 논의를 환영한다. 그런데 ‘제3세력화’로 나아가는 일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내부사정을 볼 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통합 논의가 물꼬를 튼 이후 호남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 대표는 중도보수층을 겨냥한 지지기반 확장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호남 중진 의원들은 당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엉뚱하게도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다.
유 의원이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호남 지역주의 탈피와 햇볕정책 포기를 언급한 게 호남 중진의원들의 역린을 건드린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실제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 호남을 지역구로 둔 23명 거의 대다수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여론에 반하는 유 의원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결국 안 대표가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통합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등 호남 민심 달래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안 대표가 ‘제3세력 단일화’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21일 의원총회에서 당의진로를 놓고 '끝장토론'을 벌이기로 했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안철수 대표의 의중대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모색하게 될지, 아니면 동교동계가 중심이 된 국민의당 고문단의 뜻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연대.통합을 모색하게 될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양당제가 좌우 극단대립을 초래했고, 국민갈등을 부채질해 왔다는 점에서 국민의당이 민주당으로 흡수.통합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바른정당 탈당파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한 것을 두고 국민들이 '철새 정치', '보따리 정치'라고 비난하듯, 같은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비록 통합논의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안철수 대표의 잘못이 있지만, 그렇다고 통합 자체를 거부하며 민주당을 기웃거리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물론 ‘제3세력화’ 반대 세력이 모두 민주당과의 합당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볼 때는 그렇다. 하지만 속내는 다를 것이다. 그게 정치이기 때문에 그것까지 나무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자신들의 검은 속내를 감추기 위해 안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제3세력화’의 길을 두고 “당을 바보로 만들었다”거나, “아마추어”라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오는 21일 의원총회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어떤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외부에서 안철수 대표를 향해 총질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정말 ‘제3세력화’에 뜻이 있다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특히 11.13 전당대회에서 유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주어진 시간은 불과 한 달뿐이다.
실제로 바른정당은 2차 탈당국면에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우선 새 지도부가 중도·보수 대통합을 추진해 다음 달 중순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 즉 한달 내에 국민의당과 통합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 3차 추가탈당이 이어질 것이란 뜻이다.
따라서 유 의원은 과거 자신이 내건 통합 전제조건을 철회하고, 호남 의원들과 주민들에게 사과하는 등 그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제3세력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내년 지방선거도 한번 기대해볼만 하다.
지금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높기는 하지만, 홍종학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났듯이 ‘인사실패’ 등에 따른 국민의 피로도가 점차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양당제 같았으면, 그로 인한 반사이익이 고스란히 자유한국당에게 갔겠지만, 그 중간 지점에 ‘제3정당’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이 ‘중도통합’ 정당에 표를 몰아 줄 것 아니겠는가.
모쪼록 총선 민의에 의해 탄생된 다당제가 정치인들의 개인적 욕심 때문에 무너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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