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중도개혁통합’으로 가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1-15 13:22:28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14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만났다. 두 당의 대표는 이날 “각 당의 유사점을 확인했다”며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양당의 통합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 대표의 통합 행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외형상 나타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자유한국당’이다.

유승민 대표는 취임일성으로 ‘중도보수통합’ 추진을 약속한 반면, 안철수 대표는 ‘중도대통합’의 중심이 되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유 대표가 말하는 ‘통합’은 한국당도 대상에 포함되는 ‘반문(反文, 반 문재인)연대’인 반면, 안 대표가 추구하는 ‘통합’은 한국당을 배척한 ‘개혁연대’인 것이다.

따라서 유 대표가 한국당을 통합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아니면 안 대표가 한국당까지 끌어안지 않으면 통합논의는 진척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면 어느 방향이 맞는 걸일까?

큰 그림으로 보자면 당연히 안철수 대표의 방향이 맞는 것이다. 유 대표가 약속한 ‘중도보수통합’은 모든 야당을 한울타리에 집어넣겠다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다시 패권양당체제로 회귀한다는 점에서 결코 수용할 수 없는 방안이다. 한마디로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통합론이다.

반면 안 대표가 추구하는 ‘중도개혁연대’는 거대한 집권여당과 제1야당에 맞서는 제3당의 입지를 단단히 구축해 다당제를 안착시키겠다는 점에서 논의해볼만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면 왜, 유승민 대표는 말도 안 되는 ‘중도보수통합론’을 꺼내든 것일까?

추가탈당 위기에 처한 당내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사실 유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꺼내든 중도보수통합 카드는 지난 8일 바른정당 의원총회에서 갈등 끝에 나온 ’합의 사항‘이다. 유 대표가 취임직후 밝힌 ’중도보수통합 카드’는 그런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선언이라고 해고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재 바른정당 11명의 의원들은 국민의당과 통합을 주장하는 ‘중도통합파’와 한국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보수통합파’로 나뉘어져 있다. 그 수는 대략 5대 6 혹은 6대 5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쪽으로 통합이 결정되든 당이 반쪽 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보수통합파는 한국당과의 선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단지 한국당에 가기 위한 ‘명분’일뿐 사실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인 것이다.

반면 중도통합파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우선하고 있다. 그 이후 한국당 내 중도성향의 일부 의원들을 흡수해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이는 다당제를 지지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이상적인 통합론이라는 생각이다.

유승민 대표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유 대표의 통합 노력이 어는 한쪽에 기울 경우 언제든지 ‘3차 탈당’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도보수통합’이라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 국민의당 내부 상황은 어떤가.

역시 녹록치 않아 보인다. 유 대표가 '호남 관련 발언은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는 뜻이었다'고 적극 해명했지만, 당내 호남중진 의원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특히 박지원 전 대표는 중도통합론을 ‘YS식 3당 통합’으로 규정하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아마도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통합하는 ‘중도보수통합’을 염두에 두고 하는 발언인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오해다.

실제 안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송기석 의원은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승민 대표가 이야기하는 중도보수통합의 대상에 자유한국당 인사들도 포함이 되는 것’이라는 관측에 “그건 저희가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안 대표가 구상하는 통합대상에 한국당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호남 의원들의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에 있어서 통합논의의 걸림돌은 한국당이 아니라 다른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민주-국민 통합론’이 걸림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국민들도 이제는 그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내부사정을 알만큼 안다. 따라서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는 당내 사정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옳다고 믿는 방향에 대해선 과단성 있게 추진해 나가길 바란다.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되 당이 둘로 쪼개지는 것에 대해선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 다만 통합논의과정은 그 누구도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투명하고 철저하게 민주적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