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바른, 진보-보수 프레임에서 벗어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1-16 14: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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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2년 전 민주당의 패권주의와 낡은 진보관에 염증을 느껴 탈당했는데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다고 되돌아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어느 국민의당 의원의 발언이라고 한다.

누구의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의당 내에서도 서너 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같은 생각일 것이라 믿는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왜냐하면 국민의당이 집권 여당과 통합하겠다는 것은 ‘편한 정치’를 하겠다는 뜻으로, 그건 4.13 총선 민의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문제는 다르다. 양당 모두 이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제3지대 정당이 살아남아야만 양당제로 회귀하는 걸 방지할 수 있고, 그래야 제왕적 대통령체제인 6공화국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주권이 강화되는 7공화국 시대를 열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행 소선구제 아래에서 제3당이 거대 패권양당에 맞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나마 한번 해볼 만한 선거구도라면 3자 구도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서로 손을 잡아야만 한다.

지금 집권여당의 독선적인 행태에 국민의 불만이 점차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하무인격인 제1야당의 행태는 더욱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제3지대 정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제3지대의 분열로 두당 모두 ‘수권정당’이 될 것이란 믿음을 심어주지 못한 탓이다.

만일 두 당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통합을 성사시키기만 한다면, 국민에게 상당한 신뢰감을 심어 줄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지지율 측면에서 단숨에 제1야당의 위치에 올라 설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당 의뢰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는 그런 결과가 나타난 바 있다.

다만 두 당의 통합에는 국민이 납득하고 수긍할만한 ‘원칙’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그 원칙과 명분이라는 게 뭘까?

과거 냉전시대의 산물인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민생을 우선하는 중도개혁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가장 많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대략 40% 안팎에 달하는 반면, 진보 성향은 30%대이고, 보수 성향은 20%대에 불과하다. 낡은 ‘진보-보수’ 프레임을 거부하는 유권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특히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보수’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나 보수를 표방하는 것, 특히 보수이념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사실상 집권을 표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표가 ‘중도보수통합’을 주장하고 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 유 대표가 ‘보수’라는 꼬리표를 떼지 않는 한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고, 설사 통합을 이룬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통합이다.

물론 유 대표가 ‘보수’ 딱지를 떼어낸다고 해서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당 호남 출신 의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반대하고 있다. 특히 박지원 전 대표의 반대가 극심하다.

박 전 대표는 16일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저능아들이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는 등 모욕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

마음속에 분당을 생각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굳이 그런 속내를 감추려들지 않았다.

그는 "(안철수 측이) 현재 우리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너희 나갈 데 있느냐, 나갈 테면 나가봐라', 이러지만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이렇게 짓밟고 간다고 하면 나갈 데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분당 규모에 대해서도 “왜 10명을 얘기하나? 훨씬 많다”며 “우리를 바른정당 정도 취급하려고 그러느냐. 우리도 원내교섭단체가 돼야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제3지대 정당도 새롭게 헤쳐모이는 쪽으로 가는 건 어떨까?

그렇게 해서 다시 제3, 제4의 원내교섭단체가 탄생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이미 심정적으로 이혼한 상태라면서 억지로 한집에서 결혼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그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 박지원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호남당’과 안철수-유승민 대표가 함께하는 ‘중도당’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다보면 패권양당도 긴장하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 정치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다만 그 과정에서 제3지대 정당은 반드시 낡은 이념의 틀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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