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vs. 호남 3인방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1-22 13: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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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중도통합론에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 이른바 호남 3인방을 중심으로 하는 몇몇 의원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실제로 이들 3인방을 비롯해 호남지역 의원들은 당내에 평화개혁연대라는 모임을 만들어 안 대표의 중도통합론을 저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는 여전히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안 대표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외연을 확대하고 강화시키는 노력과 함께 여론수렴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양당체제로의 복귀를 제재하고 다당제 유지를 통해 우리 당이 정치발전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도 국민의당이 이대로 외연확장을 하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며 바른정당과 통합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제2당으로 우뚝 서야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당내 반발에도 중도통합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안 대표는 23일 원외지역위원장들을 상대로 바른정당과의 통합논의를 이어가고, 이후에는 책임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도 밟는다고 한다.

당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먼저 정당 주요구성원들과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밟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그것이 민주정당의 참 모습일 것이다. 따라서 먼저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난 후에 원외지역위원장들과 책임당원들의 견해를 들으려는 안철수 대표의 태도는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 주인이 아니듯 현역 의원들 역시 국민의당 주인은 아닌 것이다. 당의 주인은 누가 뭐래도 당원들이다. 때문에 국회 원내의 일이 아니라면 설사 의원총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그걸 강제해서는 안 된다. 만일 의총결정을 강압하려는 의원이 있다면, 그것은 원외위원장들과 당원들을 무시하는 대단히 무례한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전날 의총에서 어느 한쪽으로 결론이 난 것도 아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어제 안 대표와 30명의 의원이 발언을 했는데 통합을 찬성하는 사람은 9명이라며 원내 3분의 2 이상 의원들이 통합은 안된다(고 한다)"고 말했지만 최명길 의원은 "어제 의총의 실제 논의 방향과 다르게 잘못 전하는 분들이 있다"며 "연대와 통합에 찬성한 것이 26명"이라고 강조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완벽하게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통합 찬성론자들은 지속적으로 통합의 당위성을 알리며 당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을 하는 게 맞다. 반대론자들 역시 통합이 아닌 다른 대안을 제시하며 국민의당이 자강론으로 가더라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그런 논쟁은 국민의당 발전을 위해서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그런 진통과정을 겪고 도출된 정체성이라면 어떤 외풍에도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박.천.정 호남3인방 등은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통합논의 자체를 못하게 하고 있으니 문제다. 실제 이들 3인방의 키워드 핵심은 온통 안철수 무능하다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대표직에서 물러나라는 것이다.

물론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굳이 안 대표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대선 후보가 선거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할 상황에서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가 된 것 역시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당원들이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었다. 그것도 2위인 정동영 후보를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고 당 대표에 당선되도록 지지를 보냈다. 그런 당 대표를 현역 의원들 몇몇이 모여 몰아내려는 것은 옳지도 않거니와 민주정당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 대표가 추진하는 중도통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호남3인방은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당원들을 설득하는 게 맞다. 그런데 그들에게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시 말하지만 중도통합 문제는 당의 운명을 결정할 중차대한 문제다. 이를 목소리 큰 몇몇 호남 의원들 때문에 논의조차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파열음이 일어나도 좋다. 당내에서 치열하게 논쟁하라. 금배지 목소리 못지않게 원외 위원장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라. 당원들의 의견 또한 존중하라. 그렇게 해서 내려진 결정에 대해선 비록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모두가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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