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의 ‘한국당 배제’를 지지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1-29 09:00: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자유한국당은 통합논의 대상에서 배제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도보수통합’이 아니라, ‘중도개혁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바른정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중도보수통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자유한국당 복당 명분을 찾기 위한 것이어서 당내에서조차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실제 한국당 복당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는 28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논의에 대해 "일의 순서를 바꿔 잘못된 길로 가서는 안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남 지사는 이날 '보수통합이 우선이다' 제목의 블로그 글에서 "보수의 통합과 개혁이 선행돼야 온전한 '보수+중도 통합'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마디로 ‘선(先) 보수통합 후(後) 중도통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로는 ‘중도통합’까지 폭을 넓히고 있지만, 그건 국민의당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사실상 ‘보수통합’을 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 남 지사는 왜 이런 황당한 주장을 하는 것일까?

자신이 가장 먼저 한국당을 탈당해 놓고 다시 한국당으로 복당할 경우 국민의 비난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 ‘복당명분’을 찾기 위한 것으로, 크게 의미를 부여할만한 주장은 아니다.

유승민 대표도 이날 MBC 라디오 ‘변창립의 시선집중’에 출연, “아무 희망도 변화도 없는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이건 제가 하지 않을 거다. 제가 반대한다는 것은 국민들께서 다 아시는 것”이라며 한국당은 통합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진행자가 ‘마음은 국민의당 쪽으로 기울었지만 국민의당 내부사정이 변화하는 것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거냐’라는 질문에 유 대표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그들 기득권 양당 세력과 손잡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유승민 대표에게 "안 될 시도(한국당과의 통합)는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안 대표의 측근인 김철근 대변인도 "안철수 대표는 자유한국당과 통합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그렇게 하려면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당내 모든 의원들과 국민의당 지역위원장, 당원들도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국정농단의 책임이 있는 세력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은 자유한국당과 연대나 통합을 도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도 국민의당 호남지역 의원들은 여전히 안 대표가 마치 ‘3당 합당’을 추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몰아세우고 있다.

실제 박지원 전 대표는 “안 대표는 3당 통합이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의심한다”고 노골적으로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말 박지원 전 대표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의심해서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유승민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보수중도대통합’을 언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 당내용에 불과하다. 남경필 지사 등 일부 의원의 추가탈당을 막기 위한 발언일 뿐, 유 대표가 한국당에 기어들어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안철수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안철수 대표나 유승민 대표가 현 시점에서 한국당과 통합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통합을 할리 만무하다. 소위 ‘정치9단’이라는 박 전 대표 역시 그런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박 전 대표는 왜 있지도 않을 ‘보수통합’을 내세워 중도개혁통합을 반대하는 것일까?

솔직히 그 까닭을 잘 모르겠다. 어떤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지금 국민의당에서 통합논의를 저지하기 위해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의원 등 이른바 '호남3인방'을 비롯해 몇몇 호남지역 의원들이 ‘평화개혁연대’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동조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지만, 잘 안 되는 것은 ‘보수대통합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평화개혁연대 참여자들이 현재 20명은 넘고 결국엔 40명 전원이 참여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현재까지 고작 10여명 안팎이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비록 안철수 대표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통합논의자체를 막아서는 것은 옳지 않다. 당원들이 반대하면 백지화 되는 것이고, 당원들이 찬성하면 통합을 해야 하는 것이 민주정당의 참모습 아니겠는가.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