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정당은 아직 희망 있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1-29 14: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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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어제 국민의당 핵심 당직자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당직자로서 ‘중도통합’에 대한 민심, 특히 호남 지역에서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당원들의 민심을 청취하고 있었다.
그 결과, 호남 지역 유권자들은 어떨지 몰라도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은 대부분 ‘중도통합’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그 비율은 아마도 호남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타난 것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지방선거 출마를 희망하는 당원들의 반대는 ‘호남중심’만 강조하는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와는 그 느낌이 조금 달랐다고 한다.
만일 ‘중도통합’이 성공의 길이라면 ‘호남희생’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에게 전화를 건 그 당직자는 출마예정자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도통합을 하면, 호남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뛰어든 사람들은 더욱 어려운 선거를 하게 될 것이다. 안철수 대표의 대권플랜을 위해 호남을 희생시키는 것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그로 인해 호남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통합정당이 당선자들을 낼 수 있다면,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기꺼이 통합을 지지할 것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을 통합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안 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이런 사람들이 당을 지키고 있는 한 국민의당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안철수 대표에게 넘어갔다.
중도통합이 자신의 대권플랜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나아가 차기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에서 ‘필승전략’이라는 점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물론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당이 통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로 인해 지지율 측면에서 단숨에 제1야당이 되거나 아니면, 자유한국당과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승리를 담보할만한 수준은 결코 아니다. 통합하더라도 여전히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통합정당이 향후 자유한국당과도 통합하지 않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무 희망도 변화도 없는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이건 제가 하지 않을 거다. 제가 반대한다는 것은 국민들께서 다 아시는 것”이라며 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그들 기득권 양당 세력과 손잡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 등 호남지역 의원들은 여전히 ‘3당합당’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당원들과 국민들도 그런 의구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 대표와 유 대표가 그렇지 않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두 대표가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두 당의 연대.통합 논의에 한국당은 배제한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자신들이 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을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보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지방선거의 최대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의 승리를 위해 두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고, 서울시장경선 후보로 나란히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한 정당의 후보로 경선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할 것이고, 결국 통합정당의 지지율을 끌어 올려 전국적으로 한번 해 볼만 한 선거판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모습은 양당 당원들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큰 감동을 줄 것이며, 향후 두 사람의 정치가도에 자산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양당 대표가 그런 결단, 그런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면, 아무리 자기희생을 감수하겠다는 훌륭한 당원들이 있어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제3지대 정당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기존의 ‘보수 대 진보’라는 낡은 이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민생을 우선하는 제3지대의 중도정당이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해야만 패권양당체제로 회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당제가 안착돼야만 제왕적대통령이 군림하는 낡은 6공화국체제를 마감하고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여는 개헌이 가능하다.
적폐청산의 정점은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분권형 개헌이다. 이런 개헌 없는 ‘적폐청산’은 말장난일 뿐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제3지대 정당은 반드시 살아남아야하고, 훌륭한 당원들이 존재하는 한 희망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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