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신당-호남신당, ‘합의이혼’ 고민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2-1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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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이제 멈출 수 없는 기관처럼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국민의당 일각에선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의지를 꺾지 않음에 따라 그를 지지하는 통합파와 통합을 반대하는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등 ‘호남 3인방’을 중심으로 하는 호남파가 ‘합의이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합의이혼’이란 필자가 지난 달 17일 <국민-바른, ‘발전적 해체’ 어떨까?>라는 본란(本欄) 칼럼을 통해 제안한 것으로, 최근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이 안철수 대표 측에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 호남3인방을 중심으로 평화개혁연대가 당내 39명 의원 중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최소 20명의 지역구 의원을 끌어 모아야 당을 깨고 나갈 텐데,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니까 이상돈 의원 등 반안파 비례대표 의원들을 출당시켜줘 교섭단체를 만들어 주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당내에서 분란을 일으키며 안 대표의 중도통합의 행보에 발목을 잡는 것보다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사실 지금 국민의당은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이미 심정적으로는 분당상태에 이르렀다.
통합파의 수장 안철수 대표와 반대파의 수장 격인 박지원 전 대표가 10일 전남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제1회 김대중 마라톤 대회에 참석했다고 곤혹을 치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안 대표는 이날 축사를 통해 "김대중 마라톤 대회는 깊은 의미가 있다"며 '호남 달래기'에 나섰지만,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한 남성은 대회 중 "안철수 물러가라. 김대중을 그렇게 해놓고!"라고 소리쳤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한 여성은 통합을 반대하는 박 전 대표를 향해 "어르신이면 어르신답게 굴어야지. 박지원 개××"라며 계란을 던졌고, 박 전 대표는 옷을 닦으며 "내가 맞은 게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최근 안 대표에게 “목포에 가면 계란을 맞을 것”이라며 안 대표의 호남행을 취소하라고 압박한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이런 갈등을 봉합하는 건 이제 어렵게 됐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사실 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의원 수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정당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율을 보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의석수는 116석으로 매우 거대하지만, 11석의 초미니정당인 바른정당과 오차범위 안팎에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바른정당 지지율은 최근 9명의 의원이 탈당했음에도 여전히 39석 규모의 국민의당 지지율을 앞서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갈망하는 보수통합파 의원들이 빠져 나간 바른정당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더울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당도 그런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즉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자유한국당과 가까운 보수통합파 의원들과 결별했듯이 안 대표도 민주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호남파와 결별하는 아픈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호남파인 평화개혁연대가 20명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자발적으로 나가는 게 가장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하다.

국민의당 의원 중 광주·전남·전북을 지역구로 둔 이는 23명에 이르지만, 이들 전부가 통합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지역은 통합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는 당을 깨고 나갈 수가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 외의 이유로 당적을 이탈하거나 변경하면 퇴직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화개혁연대가 채울 수 있는 숫자는 고작 15명 안팎일 것이다. 그러면 호남신당은 창당하기 어렵다.

사실 호남파들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이 121석으로, 단독으로는 어떤 입법과제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별도의 ‘친여신당’을 만들어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런데 비교섭단체가 되면 그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런 정당이라면 호남파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오는 게 ‘발전적 해체’라는 시나리오다.

사실 통합파 입장에서는 호남파들이 대거 탈당하더라도 바른정당 의석 11석을 합치면 원내교섭단체 유지는 어렵지 않다. 설사 바른정당에서 최대 5명 가량의 의원이 추가탈당을 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평화개혁연대가 20명을 채울 수 있도록 반안파 비례대표 의원들을 출당시켜 주는 건 어떨까?

그런 안철수-유승민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중도신당’과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를 중심으로 하는 호남신당이 서로 경쟁체제를 유지하며 독립적으로 치러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합의이혼’이 가능하다면, 나중에 차기 총선을 앞두고 두 당이 ‘제3의길’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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