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물밑 교감? 그건 오해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12-20 1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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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한 20일, 익명의 국민의당 당원으로부터 아주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그는 대뜸 필자가 안철수 대표와 물밑교감을 이루고, 여론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그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마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당원인 것 같다. 그러나 그건 오해다.

사실 그가 오해하는 이유는 별거 아니다. 필자가 중도통합 여부에 대해선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의견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당원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줄곧 펼쳐왔고, 특히 반대 진영에서 안철수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인 만큼, 전 당원투표 결과를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해 반대 의견이 많으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선언을 하라고 조언한 것이 공교롭게도 이날 안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과 맞아 떨어진 때문이다.

실제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저는 결연한 각오로 국민의당 당 대표 직위를 걸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전 당원의 의견을 묻고자 한다”며 “통합에 대한 찬반으로 저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전 당원투표를 제안하면서 반대 의견이 많으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눈치를 보고 있는 중립지대 인사를 향해선 “여전히 자신의 정치이득에 매달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거취를 확연히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안 대표의 이런 결정은 굳이 필자와 물밑교감을 할 필요가 없는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이다.

당의 진로와 관계있는 중차대한 문제를 당 대표나 지도부가 독단적으로 처리해서도 안 되지만, 국회의원들 몇 명이 끼리끼리 모여 결정하는 것 역시 안 될 말이다. 민주정당이라면 당원들에게 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안 대표가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당 대표가 내부 반발이 극심한 일을 추진하면서 자신의 정치생명과 연계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다. 따라서 안 대표가 대표직을 걸고 나선 것은 그 누구의 조언도 필요 없는 상식적인 선택일 뿐이다.

물론 정치인들이 통상 ‘상식’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안 대표의 선택은 이변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안 대표의 이번 결정만큼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하다는 판단이다.

이제 공은 박지원,천정배,정동영 의원 등 호남3인방을 비롯한 통합반대파들에게 넘어갔다.

그들은 “안철수 대표가 당원들의 뜻에 반하는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런데 전 당원투표 결과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올 경우 어떻게 하겠는가. 안 대표가 대표직을 걸었다. 박지원,천정배,정동영 의원은 의원직을 걸 수 있겠는가.

그럴 자신이 없다면, 더 이상 당에 눌러앉아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당당하게 당을 떠나라. 그러면 소신 있는 뒷모습에 아쉬움을 표하는 당원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태도로 일관한다면, 그 종말이 결코 아름다울 것 같지 않다.

사실 통합반대론자들은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까지도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통합을 했을 경우, 승리 가능성이 엿보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바른정당도 내부적으로는 이미 국민의당과 '당대당' 통합 추진에 의견을 모은 상태다.

실제 바른정당은 지난 18일 3시간 넘는 마라톤 의원총회를 통해 국민의당 내부 상황을 지켜본 뒤 국민의당과 당대당 통합을 추진하자는 데에 뜻을 모은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주장해 온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논의는 배제됐다.

호남 중진 의원들만 결단해주면, 중도통합은 얼마든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그리고 한중정상회담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문재인정부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국민이 상당하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 방문 의혹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믿을만한 야당이 없다보니 여전히 문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 제3의 정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으로 쪼개져 힘을 하나로 모으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면 충분히 대안정당이 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부디 호남 일부 중진의원들이 지역에서 누려온 기득권을 내려놓고, 통합대열에 기꺼운 마음으로 합류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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