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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반을 묻는 전당원투표를 추진하면서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27일부터 30일까지 당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31일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자 국민의당 내부는 마치 벌집이라도 쑤신 듯 온통 난리가 났다. 통합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설전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그야말로 ‘죽기 살기 식’이어서 정말 같은 정당 소속 사람들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사실 안 대표가 제시한 전당원투표는 통합여부에 대해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의견을 듣고, 그 결과에 따르겠다는 것으로, 이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일부 의원들, 그러니까 개인적인 이해득실만 따지는 아주 이기적인 호남 중진 의원들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비록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긍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놀랍게도 무려 20명의 의원이 전당원투표에 반대하고 나섰다.
실제 ‘나쁜투표거부운동본부’가 25일 서울남부지법에 ‘전당원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거기에는 현역 의원 20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박지원·정동영·천정배·조배숙 등 ‘평화개혁연대’를 주도해온 호남 중진 의원들뿐만 아니라 이용주·김종회 등 호남 초선 의원들도 대거 참여했으며 특히 ‘중재파’로 꼽히던 박주선·황주홍 의원까지도 서명했다고 한다. 국민의당 의원 39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전당원투표 저지에 나선 것이다. 한마디로 국회의원들이 집단으로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상식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 반대 측에선 이런저런 구구한 설명을 늘어놓지만, 그 해명이 너무나 궁색해 별로 설득력이 없다. 그럼에도 그들을 설득해 내지 못한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중도통합’을 포기하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안철수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중도통합의 일차 목적은 ‘야당교체’다.
현재 집권 세력인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하는 세력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으로 인해 사실상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정당이다. 현재 당을 장악하고 있는 인사들도 대부분이 탈당, 바른정당 창당, 다시 탈당, 복귀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철새정치인들이어서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그럼에도 그런 한국당을 대체할 야당이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제3지대 정당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으로 쪼개져 있는 까닭에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무능한 집권세력의 독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하는 중도통합론이다. 통합신당은 의석수에 있어선 당장 제1야당이 못되더라도 지지율 측면에선 한국당을 제치고 제1야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이 26일 "자유한국당 현역 의원으로부터 바른정당에서 받아줄 수 없느냐는 문의 전화가 두 통 왔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실제 하 최고위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당이 되면 통합 효과가 제일 큰 게 수도권이니까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국당 의원들이) 불안해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러니까 (일부 한국당 의원들이) 미리 보험을 들어 놓고 싶은 거다. 나중에 잘 보라"고 장담했다.
맞는 말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설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 일부가 이탈하더라도 그 효과가 반감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중도정당’과 안 맞는 일부 인사들의 이탈로 시너지 효과가 더 커질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탈의 폭이다. 현재 국민의당 의원 수 39명보다 통합신당 의원 수가 단 한명이라도 많은 ‘통합신당’이라면 단숨에 한국당을 밀어내고 제1야당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축소된다면, 그건 이탈이 아니라 분당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통합을 하지 않은 것보다도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가 있다.
과연 안철수 대표가 전당원투표 이후에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 분당위기를 극복하고 통합신당의 의석수를 40명 이상 확보할 수 있을지, 그게 관건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야당교체’는 가능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국민의당은 민주당으로, 바른정당을 한국당으로 각각 흡수소멸 되어 결국 다시 양당체제로 회귀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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