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이 통합 ‘키맨’? 그건 착각이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1-09 12: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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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마치 자신이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열쇄를 쥐고 있는 ‘키맨(Keyman)’이나 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런 모습이 여간 민망한 게 아니다.

지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었다.

통합여부를 당원들에게 묻는 전당원투표를 제안하면서 자신의 대표직 재신임과 연계하는 초강수를 두었고, 반대파들의 저지를 뚫고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심지어 안 대표는 유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통합 후 ‘백의종군’을 공개적으로 약속한 마당이다.

이에 따라 양당 통합기구인 통합추진협의회는 8일 정강·정책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신당 당명 공모에 나서는 등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합의 주요 관문인 전당대회를 위한 준비위원회 구성도 이르면 이번 주 내 확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양당 통합을 ‘결혼식’에 비유한다면, 통추협 구성은 일종의 ‘약혼식’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아직은 청첩장을 돌리지 않았으나 이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조만간 혼인식을 올릴 것이라는 소문은 파다하게 퍼진 상태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신부가 “결혼하기로 최종 결심한 것은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해버린다면, 신랑 입장은 얼마나 난처해지겠는가.

그런데 유승민 대표가 꼭 그런 꼴이다. 실제 유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과 통합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심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통합선언을 했는데, 국민의당 전당대회가 무산되거나 통합안이 부결되면 바른정당 입장이 매우 곤란해진다는 게 이유다.

그는 또 "안보위기가 심각한 이런 상황에서 안보정책, 해법 등은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같이 정당을 하는 것이 맞다"며 통합 반대파와 함께 가기 어렵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발언이 국민의당 통합반대파에게는 안철수 대표를 공격하는 좋은 빌미가 되고 말았다. 실제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 대표는 정체성 운운하며 느긋하나 안 대표는 동질성 운운하며 당을 바치려고 안절부절"이라고 비아냥거렸고, 천정배 의원은 “유승민의 안철수 길들이기”라고 조롱했다.

사실 지금 양당통합이 성사되지 못하면, 안철수 대표는 물론 유승민 대표의 정치생명도 끝장이다. 지금의 바른정당이 그나나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것은 중도통합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관심 때문이다.

만일 중도통합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바른정당은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9명의 의원이 2차 탈당 때에 이미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을 것이다. 더구나 이제 3차 추가탈당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어쩌면 바른정당 의석수는 조만간 한 자릿수로 ‘폭삭’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실제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지사와 김세연 의원이 9일 공식적으로 탈당의사를 피력했다. 이학재 의원도 가세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한마디로 유승민 대표가 "최종적으로 결심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유를 부릴 입장이 아니라는 말이다.

국민의당 통합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유 대표는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특히 대북관계에 있어선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 정도의 융통성을 발휘해야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평화주의자인 손 고문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화의 창구를 닫아선 안 된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게 남북관계의 올바른 정립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정권 때처럼 일방적인 퍼주기도 안되거니와 그렇다고 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처럼 마치 ‘전쟁불사’를 외치듯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옳지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유승민 대표는 이제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 사실 중도통합의 ‘키맨’은 유 대표가 아니라 안 대표다. 안철수 대표가 그러했듯 유 대표도 중도통합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어야 한다. 그러자면 중도통합에 겸손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못하는 것은 유 대표의 타고난 ‘뻣뻣함’ 때문이라는 소리가 들리는데,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상대를 포용할 줄 모르는 그런 모습은 정치인에게 있어선 최악이기 때문이다.

장담하거니와 중도통합이 성사되지 않으면 국민의당만 망하는 게 아니라 바른정당은 그보다 더 빨리 망할 것이다.

그리고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유 대표에게 한번 물어보자.

왜, 안 대표에게 통합 후 ‘백의종군’을 선언하자고 제안해 놓고는 정작 자신은 그런 선언을 하지 않는 것인가. 부디 안철수 대표의 뒤통수를 치는 ‘꼼수’가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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