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등판론? 숟가락 얹겠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1-16 14: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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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국장 고하승


중도신당통합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바른정당 내부에서 ‘유승민 등판론’이 나오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아주 불쾌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전당원투표와 자신의 재신임을 연계하는가하면, 통합 이후 ‘백의종군’을 선언하는 등 중도통합의 성공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마당에 이런 소식이 들리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특히 통합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안철수 대표의 진정성을 믿고 기꺼이 통합에 힘을 실어준 국민의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중도통합 신당은 누가 뭐래도 ‘안철수와 유승민의 결합’이다.

따라서 안 대표가 통합 후 2선 후퇴를 약속한 만큼 유 대표 역시 그런 자세를 보이는 게 옳다. 솔직히 중도통합 신당 창당과정에서 유 대표가 한 역할은 별로 없다.

안철수 대표가 기꺼이 대표직을 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통합은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안 대표는 통합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고난을 겪어야 했다.

박지원 전 대표로부터는 “얼굴이 썩었다”는 모욕적인 말까지 들어야 했다. 반면 유 대표는 “통합에 대해 최종결심이 서지 않았다”는 등 번번이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했었다. 그러다 바른정당에서 김세연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 추가 탈당 자들이 속출하는 막다른 길목에 다다르고 나서야 겨우 통합의지를 밝혔을 뿐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되는 통합신당이다. 그런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유 대표가 전면에 나선다는 것은 그야말로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겠다’는 것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더구나 유 대표는 1차, 2차, 3차에 걸친 대규모 집단 탈당사태조차 막아내지 못해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이다.

실제로 바른정당은 33명의 의석으로 출발했지만 16일 박인숙 의원까지 탈당을 선언함에 따라 지금은 고작 9명만 남아 원내교섭단체 지위까지 상실하지 않았는가. 당 대표로서 대단히 무능한 리더십을 지니고 있음이 이로써 입증된 셈이다.

이에 반해 안 대표는 반대파의 거센 저항을 뚫고 통합을 추진함에도 아직까지는 단 한 사람의 탈당자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비록 호남 일부 의원들이 신당창당 추진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설사 일부가 이탈하더라도 바른정당 의석이 9명으로 축소된 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많은 의원들이 통합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안 대표는 통합 후 ‘백의종군’을 만천하에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사실 안 대표가 당내 중립파들이 제시한 ‘대표직 선(先)사퇴, 후(後)통합 추진’ 중재안을 거부한 것은 대표직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다. 안 대표는 이미 통합 후 백의종군을 이미 천명했다.

자리 욕심이 있었다면 그런 선언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무엇 때문인가.

중도통합의 완성을 위해서다. 안 대표가 지난 14일 박주선 김동철 주승용 황주홍 이용호 의원 등과 만난 자리에서 “먼저 대표직에서 사퇴해 통합 동력이 떨어지고, 만약 전당대회에서 통합이 부결되면 나는 한국에서 살 수가 없다. 외국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 것은 안 대표가 얼마나 절박하게 통합을 바라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이런 와중에 바른정당은 통합 후 당권장악을 위해 유승민 등판론이나 제기하고 있으니 어찌 걱정되지 않겠는가.

통합 이후 신당은 통합을 반대한 국민의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달래줄 필요가 있다. 특히 호남 민심을 살피고 다독여야 한다. 그런데 안철수 대표가 2선 후퇴하고 유승민 대표가 전면에 나선다면, 그들이 용납하고 반길 수 있겠는가.

그래선 안 된다. 통합이 이뤄진 후에는 안 대표가 백의종군을 선언한 것처럼 유 대표도 당연히 2선 후퇴를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지방선거 때까지는 안철수 지지그룹과 유승민 지지그룹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신당을 잘 관리해 나갈 ‘관리형 대표’를 선출하는 게 합당할 것이다.

그래야 두 정치인 모두 지난 대선패배를 딛고 차기 대권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유 대표가 욕심을 부렸다가는 자신은 물론 안 대표의 정치생명마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유승민 대표는 ‘등판론’을 제기하는 주변 인사들을 물리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유 대표를 위해 그런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그럴듯하게 포장해도 결국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그런 주장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이걸 모르면 유 대표는 더더욱 정치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부디 안철수 대표의 내려놓는 리더십을 유 대표가 조금이라도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다. 크게 되려면 과욕은 금물이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유승민 대표에게 한번 물어봅시다.

안철수 대표는 개헌 문제에 대해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특강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을 축소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번 개헌 때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는데, 유 대표의 생각은 어떤가. 여전히 대통령중심의 4년 중임제를 지지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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