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백의종군’은 神의 한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1-2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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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정당과의 중도개혁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통합 후 백의종군’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작년 12월 20일, 안 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한 전(全)당원투표를 제안하면서 “투표결과와 관계없이 통합 후에는 백의종군 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그가 던진 ‘백의종군’ 카드는 국민의당 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고, 그로 인해 전당원투표는 통합 반대파들의 ‘나쁜 투표 거부운동’에도 23%가량의 비교적 높은 투표율에 74%의 압도적 지지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사실 안철수 대표가 당초 ‘통합 후 백의종군’을 약속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특히 통합 반대파 사이에선 전당원투표를 앞두고 투표율과 찬성률을 높이기 위한 ‘꼼수’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꼼수’가 아니었다. 만일 그것이 꼼수였다면, 전당원투표가 마무리 된 시점에서 굳이 ‘백의종군’ 의사를 재확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백의종군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못이기는 척 수용하거나, 그게 조금 낯 뜨겁게 여겨진다면 적당히 얼버무리는 태도를 취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 대표의 입장은 단호했다.

실제 그는 지난 21일 열린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의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백의종군이라고 얘기했다"며 기존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심지어 유승민 대표가 "안 대표의 뜻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어려운 통합 과정에서 백의종군 발언을 철회하시라고 말하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안 대표는 "이미 수차례 얘기했다"고 일축해버렸다.

그렇다면 안철수 대표는 왜 백의종군을 선언한 것일까?

사실 스스로를 ‘안철수 사람’이라고 칭하는 인사들도 그 이유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다만 그가 통합정당의 6.13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스스로를 내던지는 ‘살신성인’의 의지를 보이려는 게 아닌가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할 따름이다. 지금 여의도 정가에선 안철수 대표가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만일 그가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면 당연히 서울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 안철수 대표가 지난 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 "서울시가 100억 포퓰리즘을 150억으로 키웠다"며 "150억 원을 먼지처럼 날려버린 경위를 밝히라"고 포문을 열면서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책적인 비판"이라고 강조함에 따라,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그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할 경우, 통합신당은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바람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대구나 광주에서 부는 바람이 수도권에 상륙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서울에서 부는 바람이 지방에 내려가는 건 순식간이다. 따라서 그의 ‘백의종군’ 선언이 절묘한 신의 한수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실 차기 대통령 선거는 다음 지방선거와는 불과 2개월 차이여서 이번에 서울시장에 당선되는 사람은 중도하차에 대한 부담 없이 차기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 대표가 통합신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하더라도 바람을 일으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합신당 지지율은 16.4%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4.1%p 높은 수치인 동시에 자유한국당 13.0%보다 높은 수치이긴 하지만, 39.5%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보다는 무려 22.9% 포인트나 낮다.

(이 여론조사는 국민정책연구원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22~23일 전국 성인 20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유무선 혼용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 응답률은 19.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같은 정당지지율 격차를 과연 ‘인물론’만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건 바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통합신당 대표’가 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안철수 대표와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경선을 벌이는 것이다. 그러면 경선과정에서 통합신당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게 될 것이고, 특히 경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가장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가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물론 통합신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는 것은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설사 패하더라도 패자의 정치생명이 완전히 끝나는 것도 아니다. 깨끗하게 승복하고 승자의 당선을 적극 도우면 다음에는 패자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정말 안 대표의 백의종군 선언이 그런 결단의 의미라면, 유 대표 역시 몸을 사리지 말고 기꺼이 동참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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