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통합 전대직후 사퇴’를 제안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1-29 16: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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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애쓰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부터 필자는 ‘안철수-유승민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는 등 줄곧 ‘제3지대 통합’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적대적 공존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패권양당체제에서 제3지대 정당이 살아남는 길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하나로 통합하는 것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안철수 대선후보가 유승민 후보와의 연대론을 일축하며 “고대로”라고 아재개그를 할 때, 필자는 ‘자강론은 필패론’이라며 안 대표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뒤늦게나마 안 대표가 ‘제3지대 통합’의 필요성을 깨닫고, 통합의 물고를 튼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국민의당 내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속출한 것이다. 그 수가 의외로 너무 많았다. 솔직히 조금 놀랐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할 경우,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이란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반대파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지어 반대파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보수야합’,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위한 전단계’ 등으로 규정하면서 안철수 대표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반대파 의원들은 귀담아 들으려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예 귀를 닫아 버린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 해 12월 12일 안철수 대표에게 통합 여부를 당원들에게 묻는 전당원투표를 실시하되,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하는 게 어떠냐고 조언한 바 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후인 지난해 12월 20일, 안 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한 전당원투표를 실시를 전격 제안했다.

그 결과는 반대파 의원들의 ‘나쁜 투표 거부운동’에도 23%의 비교적 높은 투표율에 74%의 압도적 찬성으로 나타났다. 사실 이쯤 되면 반대파들도 회군의 명분을 찾고 못이기는 척하며 민심과 당심을 따르는 게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반대파 의원들은 막무가내다.

실제 이들은 2.4 전당대회를 앞두고 28일 창당발기인 대회를 개최하고 말았다. 사실상 분당을 선언한 것이다.

솔직히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 떠나는 그들을 잡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잡아야할 사람들이 있다. 바로 호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박주원, 김동철, 주승용, 황주홍, 이용주, 손금주 의원 등 중재파와 수도권 지역구 출신의 이찬열, 김성식 의원 등 중립파 의원 들이다.

물론 이들은 기본적으로 중도통합에 대해선 찬성입장을 표하고 있다. 다만 통합 과정에서 안 대표의 포용력 부재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안 대표는 중재파 의원들이 제안한 ‘선(先)사퇴 후(後)통합’ 제안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다만 안철수 대표의 우려처럼 반대파가 굉장히 조직적이고 아주 격렬하게 반대 활동들을 하고 있어서 선 사퇴를 할 경우, 전당대회에서 통합이 보류되거나 부결될 가능성이 걱정된다면, 전대에서 통합 의결이 이뤄지는 동시에 사퇴를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통합추진위원회가 구성된 마당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더라도 통합 추진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안을 하는 필자는 솔직히 안 대표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이미 필자가 제안한 전당원투표와 재신임 연계방안을 수용했는데, 또 다시 ‘전대 직후 사퇴’를 약속하라고 제안하니 어찌 미안하지 않겠는가.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은 어쩌면 안 대표는 이미 그런 방안을 결심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안 대표가 29일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함께 중재파 의원들을 만난 후 “제가 유 대표와 함께 논의하고 결론들을 말씀드리기로 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한 것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

그런데 유승민 대표가 문제다. 유 대표는 중재파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통합개혁신당이 성공하려면 안 대표와 자신이 지방선거 때까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안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를 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대표는 자신의 ‘백의종군’ 약속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 박지원 의원이 안 대표의 백의종군을 “꼼수”라며 “공동대표를 맡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상황에서 약속을 뒤집으면 박 의원의 말처럼 진짜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통합 후 백의종군’이라는 안 대표의 입장은 확고할 것이다. 그렇다면 플러스 통합을 위해 그 일정을 조금 앞당겨 ‘전대 직후 백의종군’을 검토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안 대표가 이번에도 필자의 제안을 수용해 주기 바라며, 거듭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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