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도 ‘동반사퇴’ 결단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1-31 14: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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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1일 ‘통합전당대회 직후 자진사퇴’를 공식선언, 기존의 ‘통합 후 백의종군’ 의지를 재확인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제 사퇴가 더욱 많은 분들이 함께하는 통합을 위한 것이라면, 저는 그 선택을 기꺼이 하겠다"며 "중재를 위해 애써주시는 분들이 (통합에) 함께 해준다면, 2월 13일에 통합신당 창당을 완결시키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안 대표가 언급한 2월 13일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각각 2월 4일과 5일 별도의 전당대회를 통해 통합을 의결하고, 두 당이 모여 통합전당대회를 갖는 날이다.

필자는 이틀 전 <안철수, ‘통합 전대직후 사퇴’를 제안한다>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이 같은 제안을 한 바 있다. 따라서 필자의 제안을 수용해 준 안 대표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사실 안 대표의 이런 결단은 바른정당 측에서 끊임없이 제기하는 ‘공동 대표론’을 일축하는 것이어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실제 바른정당에선 유승민 대표를 비롯해 소속 의원들이 연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백의종군 약속 철회를 압박하며 ‘안철수 공동 대표론’을 제기해 왔다.

오신환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 내부 구성원들은 두 분(안철수-유승민) 공동 당대표가 통합신당의 초기, 지방선거까지는 리더십을 유지하면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이미 ‘공동대표’ 쪽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있는 셈이다.

전날엔 유승민 대표가 직접 나서서 "안 대표가 물러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해 봤다"며 안 대표의 2선 후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안 대표가 그래도 백의종군을 선택하면) 그 부분(통합)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지상욱 바른정당 정책위의장도 한 방송에 출연, “두 분의 대주주가 주도한 통합, 신당 창당에 대해 두 분이 책임을 져야 하고 또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서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공동대표론’에 힘을 실었다.

바른정당 소속 인사들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안철수 공동대표론’을 제기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안 대표가 퇴진할 경우 국민의당 측에서 ‘유승민 동반 퇴진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의당 중재파 대변인 격인 이용호 의원은 전날 성명을 통해 “전당대회 후 백의종군을 약속한 바 있는 안 대표가 중재파의 요구를 수용해 사퇴하려는 데 유승민 대표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며 “국민의당 분열 사태를 즐기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계산하는 이기적인 행태”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유 대표가 이런 식의 자세를 고수하는 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결코 화학적 결합이 될 수 없다”며 “유 대표는 안 대표가 사퇴해 백의종군 약속을 지키도록 하고 함께 백의종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동반사퇴를 촉구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나온 안 대표의 ‘전대직후 대표직 사퇴’는 더 이상 바른정당 측에 끌려 다니는 유승민식 통합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 동시에 당내 중재파 의원들에겐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제는 유승민 대표가 응답할 차례다. 유 대표 역시 안철수 대표처럼 ‘동반사퇴’를 선언해야 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어느 여론조사에서는 117석의 거대한 자유한국당보다도 지지율이 높게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에 비하면 그 격차가 너무 크다.

이런 상태라면 안철수-유승민 두 사람이 공동대표를 맡고 전면에서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더라도 광역단체장은커녕 기초단체장 한명도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론으로 인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뿐만, 아니라 자칫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경쟁력 있는 두 사람이 ‘지방선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고도 당당하게 경선을 벌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울에 통합신당 바람이 돌풍을 일으킬 것이고, 그 돌풍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건 순식간이다. 물론 서울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접전을 보이는 지역도 하나둘 생겨날 것이다. 어쩌면 안철수 대표는 이런 생각을 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 대표 한사람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유 대표도 당을 위해 동반사퇴를 선언하고, 직접 후보로 뛸 때에만 통합신당의 미래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당 내 중재파 의원들에게는 이쯤에서 안철수 대표와의 아름다운 동행을 선언하는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 주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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