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지방의원 공천부터 없애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2-08 14: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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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가 개헌의 '핵(核)'인 권력구조개편에 대해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가닥을 잡았다.

한마디로 제왕적대통령제라고 불리는 현행 ‘대통령 중심제’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하나마나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개헌은 ‘분권형 개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치분권 내용을 개헌안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지방분권형 개헌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행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지금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중앙정치권에 예속되어 있다.

중앙당이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다음에 또 공천을 받아야 하는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중앙당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각 정당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해 공천권을 행사하는 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중앙정치권의 영향에서 결코 벗어 날 수가 없고, 따라서 자치분권은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정말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지방분권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당장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부터 공천제를 폐지하겠다는 선언부터 해야 할 것이다. 일시에 모든 공천제를 폐지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기초의회 의원들만이라도 공천을 하지 않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걸 놔두고 ‘지방분권’을 운운하거나, 그런 식의 개헌을 ‘분권형 개헌’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말장난에 불과하다.

분권형 개헌은 자치분권이 아니라 대통령 한사람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대통령’의 권력을 나누는 것이어야 한다.

개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권력구조의 개편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실제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 분권"이라면서 "권력구조를 제외한 개헌은 앙꼬없는 찐빵, 껍데기 개헌"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방분권은 제왕적대통령제 해소방안이 아니다”라며 “제왕적대통령제가 문제라면 그걸 종식하는 권력구조개편이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권력구조 개편 없는 개헌은 속빈 강정”이라며 “제왕적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바꾸는 개헌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87년 체제의 낡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한다는 목소리는 2000년대 초반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터져 나왔었다. 정치권에서도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分散)시키는 정부 형태의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제18대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제1안을 이원정부제, 제2안을 4년 중임의 대통령제를 제시했는가하면, 제19대 국회의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권력구조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단일안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끝내 분권형 개헌은 이루이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닥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더 이상 제왕적대통령제가 유지되어선 안 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정계복귀 명분으로 ‘제 7공화국’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실제 손 전 대표는 “낡은 6공화국 체제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대선에서 ‘개헌’이 최대 이슈로 급부상했고, 급기야 각 정당의 모든 대선후보들이 개헌을 공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아마도 많은 국민들은 이번에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당연히 제왕적대통령제를 종식시키는 분권형 개헌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고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희망의 싹이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의해 짓밟힐지도 모른다.

실제 문 대통령은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4년 중임제’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는가하면, 민주당 역시 사실상 ‘4년 중임제’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한마디로 5년 임기의 ‘제왕적대통령’을 8년 임기의 ‘황제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방분권’을 말하고 있으니 얼마나 가소로운 일인가.

다시 말하지만 정말 지방분권의 의지가 있다면, 당장 지방의원 공천제부터 폐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할 수 있도록 당장 대통령시행령을 개정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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