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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가 동시에 실시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개헌 주체, 권력구조개편 내용과 시기 등에 대해 여야 각 정당의 의견이 엇갈려 국회의 개헌 합의안 마련이 쉽지 않은 탓이다. 그야말로 ‘5당5색’이다.
일단 여야 모두 국회가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에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여당은 국회 합의가 불발될 경우 정부가 개헌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국회 합의가 불발될 경우에 대비해 정부 개헌안 마련을 지시했고, 대통령 직속 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는 이미 지난달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오는 13일까지 정부 개헌 자문안을 마련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심지어 현 정부와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정의당까지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했다.
한국당을 설득하지 못한 채 정부 개헌안이 발의되면 국회 부결될 것이 불 보듯 뻔해 그동안 공들여온 개헌 논의가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권력구조 개편 내용은 더욱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미 대통령 중심제를 근간으로 하는 ‘4년 중임제’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제1야당인 한국당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는 데 개헌의 방점이 있다고 보고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인 이원집정부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상황이 복잡하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유승민 공동대표는 ‘4년 중임제’ 찬성, ‘분권형 대통령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 여당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김동철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개헌안은 제왕적대통령제 종식과 무관한 것”이라며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강조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투톱’조차 개헌안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과의 연대를 희망하는 민주평화당은 그야말로 오락가락이다.
강력한 분권형 대통령제, 즉 이원집정부제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주축을 이룬 민평당 의원들은 당 헌정특위 명의로 지난달 27일 토론회를 열어 분권을 전제로 한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보였다.
개헌 시기 역시 문제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은 6월 개헌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이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실제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현재 이 정부가 추진하는 개헌은 시기에만 집중돼 있다”며 “개헌 국민투표를 정권심판 의미를 가지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는 것은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의당도 6월 개헌에 동의하지만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다 개헌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보다는 시간을 두고 올해 하반기에라도 개헌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합의로 개헌안을 마련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설사 정부가 개헌안을 마련하더라도 국회통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결국 6월 국민투표는 무산될 것이고, 지방선거 이후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특히 각 당의 지방선거 성적표에 따라 당 내부에서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마디로 ‘인물’이 아니라 ‘개헌’을 매개로한 대대적인 정계개편요구가 곳곳에서 분출될 것이란 뜻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침묵하고 있는 상다수의 분권형 개헌론자들이 제왕적대통령제 종식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당시부터 분권형 개헌을 촉구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국민의당 시절, 한솥밥을 먹던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과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분권형개헌’을 촉매로 통합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마디로 지방선거 이후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6공화국’ 잔존세력과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7공화국’ 신진세력이 헤쳐모이는 새로운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것이란 뜻이다.
어쩌면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등 경륜 있는 개헌론자들이 정계개편의 중심인물로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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