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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북정상회담의 화려한 쇼, 가슴 뭉클했던 4.27 판문점 드라마도 막을 내렸으니 정치권은 ‘드루킹 사건’에 집중해야한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에 대한 직접 수사를 앞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현재 경찰이 주체가 돼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미 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경찰 출신의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 “수사경찰에게 수사의 매뉴얼인 ‘수사실행의 기본 5원칙’이란 것이 있다”며 “초기 수사에서 수사자료를 완전 수집하고, 감식·검토를 거쳐 검증 및 추리, 그리고 사실판단과 증명 등등 단계별로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을 빠짐없이 수사하도록 매뉴얼화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경찰은 초기수사에서 그 기본원칙 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며 “ 이 사건에서 김경수 의원과 불법단체와의 관계성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수사자료인 텔레그램 자료와 시그널 자료를 누락시켰고, 불법행위 수단 중 매크로 사용만을 수사대상으로 하여 사건을 축소시켰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 검찰은 어떤가.
지난해 5·9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과 그의 조직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 연루된 8억 원의 자금 흐름을 선관위가 포착했다.
8억 원 중 2억5000여만 원은 드루킹 등 2명의 개인명의 계좌로 다시 출금됐으며, 이 중 1억5000여만 원은 사무실 임차료 등으로 지출된 것으로 용처가 확인됐으나 1억 원은 끝내 용처가 확인되지 않았다. 불법선거자금으로 활용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당시 검찰은 계좌추적조차 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하고 말았다.
검찰 역시 수사 의지가 없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살아 있는 권력과 관련된 사건인 만큼,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드루킹 사태’에 대한 특검 도입을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의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드루킹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 찬반을 물은 결과 55%가 찬성, 26%는 반대했다. 19%는 의견을 유보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찬성 44%, 반대 37%)과 진보층(찬성 48%, 반대 39%)에서도 특검도입 찬성 의견이 높았다. 특히 연령별로 볼 때 20대에서 찬성이 62%로 가장 높았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평가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 중에서도 특검 도입 찬성이 48%에 달한 반면 반대는 33%에 불과했다.
(이 조사는 4월 24~26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5142명에 통화를 시도해 최종 1005명이 응답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따라서 드루킹 사건은 그냥 흐지부지 넘어가서는 안 된다. 특검을 통해 이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특검불가”를 고집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이미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은 드루킹 특검 법안을 공동 발의한 상태다.
청와대도 특검도입에 대해 “국회가 주체”라며, 국회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당사자인 김경수 의원 역시 “특검 찬성”의사를 밝힌 마당이다.
심지어 정세균 국회의장은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법 통과를 주장하는 한국당의 국회 소집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5월 임시국회는 어차피 드루킹 사건을 놓고 여야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무리 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쉬쉬’하더라도 더 이상 진실을 감출 수 없게 된 것이다.
드루킹 댓글 사건은 사실 박근혜 정부시절의 국정원 댓글 사건과 다를 바 없는 여론조작 사건으로 그 효과는 오사카 총영사 등 인사 청탁까지 할 정도로 대단했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에 대해서는 국정원원장까지도 책임을 물어 구속시키면서도, 이번 댓글 사건은 개인이 저지른 문제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큰 이슈에 드루킹 사건이 그냥 묻히기를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정의가 아니다. 남북정상회담의 들뜬 분위기로 이번 드루킹 댓글 사건이 흐지부지돼서는 안 된다. 회담은 회담이고 드루킹은 드루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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