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살림살이, 문제는 경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5-2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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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이 ‘훌쩍’ 지난 지금,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주머니는 가벼워졌고, 특히 청년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 혁신 성장이라는 4개의 축이 선순환을 이루며 새로운 경제 활력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뭐 하나 제대로 이루어 진 게 없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일자리 정부'라는 별명을 내걸고 일자리 늘리기에 안간힘을 쏟아 왔다.

실제 올해 정부가 편성한 일자리 사업 예산 규모는 전년 대비 12.4%를 늘어난 19조 2000억원에 달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정부 역량을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청년일자리 예산에는 이미 지난해 대비 10.4% 대폭 증가한 바 있는 올해 2조 6000억원에서 무려 20.9%나 늘린 3조 100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 3월에는 청년 일자리 대책을 위한 추가 경정 예산까지 편성하겠다고 나선 마당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지난해 3월 취업자 증가규모는 전년동월대비 46만3000명을 기록했으나 1년이 지난 올 3월 취업자는 11만2000명으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3월(-19만5000명) 이후 9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청년실업은 더 심각해졌다. 지난해 15~29세 청년 취업자는 전년대비 1000명 감소하며 2013년(-10만9000명) 이후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청년실업률은 올 3월 11.6%로 치솟으며 역대 최악으로 기록됐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16.4%)된 것도 서비스업 취업자와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감소를 불러오며 취업자 수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더욱 좋아질 것이란 기대라도 있으면 어떻게든 견뎌 보겠지만, 되레 이상 징후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당장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소득주도성장의 선순환 고리가 끊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한국 경제 분기별 성장률이 1년째 0%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열풍에 따른 건설 투자와 정부 예산(재정) 투입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다. 매출이 늘고 수익이 늘어야 지속 가능한 국가경제가 되는데, 근근이 경제가 작동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 생산은 전기보다 1.0% 감소했다. 성장 기여도는 -0.3%포인트까지 떨어져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0.6%) 이후 가장 낮다. 제조업 경기가 7년 만에 가장 나쁘다는 뜻이다. 제조업 가동률은 70.4%로 30%의 기계가 놀고 있다. 7년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어디 그뿐인가.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데, 수출까지 무너지고 있다.

‘지금은 어려워도 앞으로는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으면, 비록 지금은 살림살이가 팍팍하더라도 인내하고 희망을 가져보겠지만, 그런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다.

오죽하면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세계적 호황 속에서 OECD 34개 국 중 유일하게 경제가 뒷걸음질치는 지금 한국에 가장 어울리는 선거구호가 바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인 것 같다"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문워크 댄스'"라고 꼬집었겠는가.

그런데도 그런데 문 대통령은 김정은만 바라보고 있다. 남북회담 이후 70%를 넘나드는 지지율 때문일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 1년, 국민께 보고드립니다'는 제목의 평가집엔 김정은 사진이 문 대통령과 함께 나란히 실려 있다, 마치 남북회담 국민보고대회를 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회담 취소 소식에 놀란 문 대통령이 26일 밤, 다급하게 김정은을 비밀리에 만난 것도 경제문제를 덮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

그러나 낙제점을 받은 경제무능의 문제를 김정은과의 회동으로 덮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그건 오산이다. 안보는 안보가 경제는 경제다.

당장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오히려 경제가 뒷걸음질치고 그로인해 더욱 곤궁해진다면, 유권자들의 분노는 언제든 분출될 수 있는 것이다.

걸프전의 영웅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경우 군사·외교 성공으로 무려 90%가량의 높은 지지율을 얻었지만 빌 클린턴의 한마디 구호,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는 한마디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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