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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17일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연말까지 여야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군소야당들도 일제히 ‘개헌론’을 꺼내들었다. 이에 따라 국회차원의 개헌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각 당이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의 첫 번째 자격요건은 ‘개헌 리더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야 주도권을 쥐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정당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정당 지지율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2020년 총선을 준비하는 각 정당 출마예정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아마도 자신이 속한 정당 지지율이 오르는 것일 게다.
그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자신이 속한 정당의 대표가 정치권 최대 이슈가 될 ‘개헌’ 문제에 주도권을 쥐고 이끌어 가는 것이다.
실제 문 의장은 이날 70주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국민의 80%는 개헌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국민이 요구하는 개헌이기에 국회는 반드시 응답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특히 문 의장은 제왕적대통령제 폐해를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정치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우승열패와 적자생존의 원칙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정글의 체제”라며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여와 야 모두 이분법 진영논리에 빠지게 되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정치파행의 악순환은 모든 힘이 최고 권력자 한사람에게 집중되는 현재의 권력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영수회담 개최를 문재인 대통령에 제안하는가하면, 민주평화당 이용주 원내대변인은 “이제는 87년 헌법을 넘어서는 새 시대에 맞는 새 헌법 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촛불에 가장 앞에 섰던 정의당이 개헌 시계를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개헌의지를 드러냈다.
따라서 올해 연말까지는 개헌논의가 정국을 뜨겁게 달굴 것이고, 그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한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결국 소멸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어떻게든 개헌논의와 선거구제 개편논의를 피하려 들 것이다.
실제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전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주최 토론회에 참석, "민주당의 대선공약이었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진정성이 있느냐고 하는데, 공약한 게 어느 날 갑자기 바뀌진 않는다"면서도 "선거제도라는 게 헌법보다 더 바꾸기 어렵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어 "민주당 빼고 수세, 열세에 놓인 사람들이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수세를 극복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면 그 방향으로 가기 어렵다"며 "어떻게 하면 이해관계를 맞출 거냐는 게 선거제도 개혁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즉 현 제도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데, 열세에 놓인 정당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제도개편을 왜 하겠느냐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도 "지금 선거제도로 총선하면 243대47인데, 민주당이 왜 선거제도를 바꾸겠나"라며 "지금대로면 개헌저지선 200석도 넘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왜 바꾸겠느냐"고 비관론을 폈다.
심지어 하 의원은 바른미래당 당론인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도 "이거 불가능하다"며 "경북 한국당 싹쓸이, 호남 민주당 싹쓸이인데 왜하냐. 가능성이 0인데 목매는 정치인은 바보"라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거기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건 정치가 아니다. 손쉬운 일만 하는 건 정치인의 올바른 태도 또한 아닐 것이다. 때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그게 국민을 위한 일이면 무모하게 도전하는 자세가 정치인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모쪼록 여야 각 정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개헌 리더십’이 있는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기 바란다. 그래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같은 ‘대통령 오욕의 역사’라는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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