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헌도 ‘내로남불’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7-18 12: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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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문희상 국회의장의 바람처럼 올해 내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이룰 수 있을까?

일단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4당이 연일 '개헌논의'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실제 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8일 “연내에 반드시 개헌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비상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문희상 의장이 전날 연내 개헌안 마련 의지를 밝힌 데 대해 "연내 개헌을 완성하고 선거구제 개편과 함께 달라진 국가체제를 만드는 데에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제헌절 70주년인 어제 개헌과 선거제 개혁, 국회선진화법(국회법) 폐지 등을 내용으로한 정치개혁방안을 발표했다”면서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과제”라고 가세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한국의 대통령제는 선출된 독재, 제왕적 체제”라면서 “개헌은 협치의 제도화를 이뤄낼 선거제도이자 촛불 민심을 완성 짓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 이용주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제왕적 권력 해체 등 국민의 염원을 담을 수 있는 개헌을 실현하는 20대 국회가 돼야 한다"며 "이제는 87년 헌법체제를 넘어 새 시대에 맞는 새 헌법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역시 “개헌은 시대적 요구”라며 “집권여당도 회피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정적이어서 개헌논의가 실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경제와 민생에 대한 입법들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라며 “개헌 문제는 경제민생 입법들을 제쳐버릴 수 있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여당 입장에서 보면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되면서 한반도 평화번영의 시대를 열어가야 하는데 그런 중요한 이슈들을 다 뒤로 미뤄버려서 국회가 또 한 번 정쟁의 장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그런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민주당이 개헌을 반대하며 내세우는 논리인 ‘경제 블랙홀’이라는 소리는 이전에도 많이 듣던 소리다.

실제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당시 개헌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주장을 일축하며 ‘경제 블랙홀’을 반대명분으로 제시했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 의원으로서 "분권형 대통령제뿐 아니라 내각책임제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개헌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는 "장기간 표류하던 국회가 정상화돼서 이제 민생법안과 경제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반대했었고, 앞서 집권2년차를 맞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개헌은 워낙 큰 이슈여서 블랙홀처럼 모든 것이 다 빨려 들어가 아무것도 할 엄두를 낼 수 없다”고 반대했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바로 그런 박근혜식 논리로 개헌논의를 반대하고 있으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쯤 되면 민주당의 주장은 한마디로 ‘내로남불’이라고 해고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일까?

분명히 집권세력이 바뀌었는데도 ‘개헌’을 반대하는 입장은 박근혜 정권이나 문재인 정권이 나 다를 게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제왕적대통령제’ 때문이다. 현행체제에선 대통령의 얼굴만 바뀔 뿐, 대통령이 ‘제왕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당이 집권당이 되든지 모든 여당의원들은 대통령에 ‘충성맹세’를 하게 되고, 그런 절대적 권력에 도취된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는 일에 동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내각제 개헌검토를 주장하던 문 대통령이 오히려 대통령 권한을 3년이나 더 연장이 가능한 ‘대통령 중심 4년 연임제’ 개헌안을 발의한 것도 이런 이유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거나 감옥에 가는 등 ‘대통령 오욕의 역사’가 되풀이 되는 이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반드시 끊어내야만 한다. 어쩌면 여당 출신의 문희상 국회의장이 개헌의지를 밝히고 모든 야당이 동의하는 지금이야말로 개헌논의의 적기일 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촛불 혁명의 완성은 제왕적대통령제를 종식시키는 개헌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부디 여당이 역사에 부끄러운 ‘호헌파’로 기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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