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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의원시절, 제왕적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분권형 대통령제뿐만 아니라 내각책임제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는 언제 그랬느냐 듯, 오히려 대통령에 힘이 더욱 실리는 ‘대통령 중심 4년 연임제’ 개헌안을 발의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 같은 모습은 문재인 대통령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니 문제다.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당시 개헌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주장을 일축하며 ‘경제 블랙홀’을 반대명분으로 제시했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집권 2년차를 맞는 신년기자회견에서 “개헌은 워낙 큰 이슈여서 블랙홀처럼 모든 것이 다 빨려 들어가 아무것도 할 엄두를 낼 수 없다”며 야당이 제기한 개헌론을 반대했고, 그 다음 해에도 "장기간 표류하던 국회가 정상화돼서 이제 민생법안과 경제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반대했다.
그러자 민주당 우윤근 원내대표가 “개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며 강력반발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야 만 바뀌었을 뿐, 문재인 정권도 박근혜 정권과 똑 같은 논리로 개헌론을 반대하고 있다.
실제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개헌론에 대해 “지금은 경제와 민생에 대한 입법들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라며 “개헌 문제는 경제민생 입법들을 제쳐버릴 수 있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되면서 한반도 평화번영의 시대를 열어가야 하는데 그런 중요한 이슈들을 다 뒤로 미뤄버려서 국회가 또 한 번 정쟁의 장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들이 야당이었을 때는 분권형 개헌, 혹은 내각제 개헌을 지지했다가 막상 자신들이 집권세력이 되면 “개헌론은 블랙홀”이라며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력이 영원할 것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제왕적권력에 한번 도취되면 그것을 놓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높은 지지율을 보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결국 탄핵을 당했듯 영원한 권력은 없다.
19일 리얼미터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한 때 80%대를 상회하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50%대로 주저앉는 건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율은 지난주보다 무려 6.4%포인트 내린 61.7%로 집계됐다. 이 같은 하락 폭은 취임 후 최대치다. 반면 부정평가율은 전주 대비 6.1%포인트 오른 32.3%를 기록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율도 동반하락해 지난주 대비 3.8%포인트 하락해 41.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월 4주차(39.6%) 조사 이후 1년 2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여권에 우호적인 정의당도 1.4%포인트 내린 10.2%의 지지에 그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하락세를 반전시킬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여권의 높은 지지율을 뒷받침해주던 ‘남북평화무드’에도 삐걱거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인 경제문제는 좋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 문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불운한 말년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선 안 된다. 이제는 ‘대통령 오욕의 역사’라는 불행한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야만 한다.
그 유일한 길은 대통령 한사람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대통령의 권력을 해체하는 권력구조의 개편뿐이다. 아울러 제왕적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근간인 패권양당체제를 혁파하기 위해서라도 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 모쪼록 현 집권세력은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과거 정권의 어리석음을 답습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번 조사는 tbs 의뢰로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4.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 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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