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야가 이른바 '쌈짓돈' 비판을 받아온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일찌감치 특활비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했으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영수증 처리를 통한 양성화로 사실상 특활비를 '유지'하기로 양당이 합의한 바 있다.
그러자 분노한 민심이 들끓었고 양당은 결국 여론의 압력에 굴복해 특활비 폐지로 입장을 선회했다.
실제 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등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지난 13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국회 특활비 폐지에 합의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특활비 완전 폐지에 합의를 이뤄냈다"며 "앞으로 어떤 경우든 특활비를 지급받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별도 공지를 통해 “특활비 폐지는 교섭단체 특활비 폐지”라며 특활비 전면 폐지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특활비 폐지에 따른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은 국회의장에게 일임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재 국회의장과 민주당.한국당의 입장은 교섭단체 몫의 특활비는 폐지하되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회 특활비는 절반 정도만 삭감해 양성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국회 특활비 예산은 총 62억원으로 이 중 교섭단체 몫은 15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의장단과 상임위 몫이다. 그러니까 폐지되는 특활비보다 그대로 유지되는 특활비가 무려 3배 이상 많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꼼수 폐지'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실제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전날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 양당은 꼼수 특활비 폐지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특활비 전면 폐지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회동 당시 의장단과 상임위 특활비를 존치하겠다는 얘기는 전혀 들은 바 없다"며 "(국회가) 국민 앞에 대단히 부끄러운 상황이 돼버렸다. 바른미래당은 국민과 함께 특활비가 전면 폐지될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도 특활비 반쪽 폐지에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며 비판했다.
윤소하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의원총회에서 "국회 특활비가 비판받는 것은 그 사용처를 모르는 국민 세금이 쌈짓돈처럼 집행됐기 때문"이라며 "그런 점에서 의장단과 상임위 특활비 역시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된 데에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잘못이 가장 크다.
문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특활비 폐지 결정에 "의정사에 남을 쾌거"라며 환영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의장단 몫과 상임위 몫은 '예외'로 두었기 때문이다.
물론 국회 상임위원장 직을 거의 석권하다시피 한 민주당과 한국당이 ‘상임위 몫’을 주장하는 것 역시 국민의 지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문 의장이나 민주당과 한국당의 ‘꼼수폐지’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제3지대 정당인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의 반대 목소리가 크고, 국민이 그들 소수정당을 적극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지금 바른미래당이 존재하는 다당제 체제가 아니라 민주당과 한국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패권양당체제였다면, 국회특활비 폐지 여론을 이끌어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에는 다당제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최근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다당제 선호도가 60~65% 나왔다.
바른미래당의 9.2 전대를 앞두고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손학규 후보가 ‘다당제’를 기치로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손 후보는 경선출사표를 통해 다당제에 맞는 합의제 민주주의를 제도화하기 위해 자신의 마지막 소명으로 선거제도 등 낡은 정치제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바른정당과의 통합 당시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처할 때 가장 중요한 개념이 분권이고, 분권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다당제”라면서 “다당제를 시작한 당의 입장에서 다당제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무튼 바른미래당의 존재가 패권양당의 기득권야합을 무너뜨리고 우리나라 정치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16일 문희상 의장이 국회특활비에 대해 입장을 발표한다고 하니 지켜보겠다.
혹시라도 ‘업무추진비’라고 명칭만 바꾸거나, 의장단 몫과 상임위 몫은 '예외'로 두는 꼼수를 부렸다가는 범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