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의 “남탓”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8-23 13: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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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국민의당과 합당 전 바른정당의 역사를 담은 백서 《개혁보수의 길, 바른정당 385일》이 22일 출간됐다. 바른정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 9명과 바른정당 시절 싱크탱크인 ‘바른정책연구소’가 만든 책이다.

백서에는 개혁보수를 기치로 내걸고 30석의 교섭단체 정당으로 출발한 바른정당이 지난해 말 김무성 의원 등의 자유한국당 복당으로 인해 불과 9석으로 위축된 배경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한마디로 바른정당이 왜 망했는지, 그걸 설명하는 백서가 발간된 것이다.

그렇다면 9.2 전당대회를 앞둔 예민한 시기에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목소리가 담긴 백서가 뒤늦게 나온 이유가 무엇일까?

정치권 안팎에선 바른정당계 당원들을 향한 ‘결집 명령’으로 해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바른정당 출신 당권주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백서를 발간했을 것이란 뜻이다.

실제 바른정당 출신 하태경 후보는 국민의당 출신의 손학규 후보를, 바른정당계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당계 김영환 후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선두주자인 손학규 후보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하태경 후보의 경우 자신이 안 되면 이준석 후보가 당 대표가 돼야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

사실 어느 정당이나 계파는 존재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계파갈등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바른정당이 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책임이 큰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남탓”으로 일관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유 전 대표는 옛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였을 뿐만 아니라, 대선 이후에도 당대표로 선출되는 등 당의 혜택을 가장 많이 입은 사람이다. 그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했더라면 바른정당이 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 전 대표는 그걸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 그는 대선과정에서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인사들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통령 세우기에 실패한 사람들’로 규정하면서 그들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에 대선에서 참패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그들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라' 아니면 '단일화 없이 홍준표한테 갖다 바치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홍 후보와 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왜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유 전 대표는 ‘홍준표 탓’이라고 했다. 홍준표 측에서 다른 정당 지지자들은 다 빼고 한국당과 바른정당 지지자들만 가지고 단일화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걸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관계자는 "역선택을 막기 위해 후보단일화를 할 때, 상대 정당 지지자를 배제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그게 왜 ‘꼼수’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현재 바른미래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선 사실상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유 대표는 "안 전 대표에게 '진보라는 표현을 쓰지 마라. 진보를 쓰면 민주당·정의당에서 열등재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당을)바른미래당이 흡수해 보수에서 제일 큰 정당이 될 수 있으면 그런 상태에서 총선을 치르는 것이 제일 좋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한국당과의 통합을 주장한 셈이다.

그러나 국민의당 출신 당원들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바른미래당의 패인으로 유승민 전 대표를 지목하고 있다.

실제 당시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쏟아진 바른미래당의 잇단 논평은 한국당과의 차별화를 가져오지 못했고, 그로 인해 바른미래당은 ‘한국당 2중대’처럼 비춰지고 말았다. 즉 안철수 대표가 ‘진보’라는 표현을 써서 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 대표의 고집스런 ‘반공보수’가 패배의 핵심 요인이라는 말이다.

자신의 잘못을 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고 남 탓만 하는 정치인은 결코 큰 정치지도자가 될 수 없다. 유 전 대표는 ‘남 탓’이전에 먼저 자신을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복당파를 탓하는 것도, 홍준표를 탓하는 것도, 안철수를 탓하는 것도 결국 자기무능 탓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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