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장 경질...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8-08-28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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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긴급한 상황에 설마 통계조작으로 국민 눈을 가리려 하는 것은 아닌지 청와대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불과 13개월만에 이례적으로 교체된 것에 대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사실 황수경 전 청장의 교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1년 2~3개월이 차관 평균 재임 기간이었다”며 이례적 교체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렇게 단기간에 교체된 것은 11대 청장(2008년 3월~2009년 4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아주 이례적인 교체, 사실상의 경질을 당한 것이다.

그러면 황 전 청장은 왜 이례적인 경질을 당한 것일까?

통계청이 가계소득 동향 조사 결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 이후 오히려 소득 격차가 벌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청와대가 통계청장을 경질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황 전 청장은 자신이 불과 1년2개월 만에 교체된 배경에 대해 “저는 (사유를) 모른다”며 “어쨌든 제가 그렇게 (청와대 등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날 정부대전청사 후생관 대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통계청장으로 수행하는 동안 통계청의 독립성, 전문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왔다”며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그것이 국가 통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는 올바른 길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통계청이 공표하는 통계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치열하게 그것을 기반으로 정치적 논쟁을 하는 것을 보면 나름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며 “국가 통계는 이처럼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함에 있어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황 전 청장의 이례적인 경질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 청원인이 "문재인 대통령 통계청장 경질, '기쁨조' 역할 못하니 경질한 거 아닌가요?"란 제목의 글을 통해 “황수경 통계청장이 갑자기 경질되며 통계청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효과와는 어긋나는 통계 수치가 발표된 뒤 인사가 단행된 점은 사실상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맞춤형’ 통계 생산을 주문한 것이란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청원인의 지적처럼 오해이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에 하나라도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통계수치를 조작해 경제위기가 아닌 것처럼 눈속임 했다가는 머지않아 대한민국이 침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가 경제에 불이 났는데 불 낸 사람이 아니라 불이 났다고 소리 지르는 사람을 나무란 꼴”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연유다.

통계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정책에 따른 결과물을 수치로 보여주는 통계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되거나 변질될 경우,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통계청장이 취임한 이후에 발표되는 통계청의 각종 수치, 특히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는 통계결과를 발표하더라도 국민이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게 됐다. 정부가 통계청을 불신하도록 만든 셈이다.

오죽하면 김관영 원내대표가 "지난 1분기 가계동향조사 표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신임 통계청장의 말이 맞는다면 국가 정책 마련의 기본이 되는 통계 작성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는 말이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처럼 통계청 조사의 표본 오류가 없었다면 이번 통계청장 인사는 과거 'MB(이명박 전 대통령) 물가'를 떠올리게 하는 '문재인표 통계'를 만들기 위한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지적했겠는가.

부디 정부는 잘못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통계를 왜곡하거나 눈속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통계청장 경질이 아니라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는 일일 것이다.

바른미래당의 강력한 당권주자인 손학규 후보가 "청와대의 '소득주도성장 올바른 기조' 발언은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문대통령이 정책 실패를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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