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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6명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부패하다고 인식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월 13일 발표한 2025년 부패인식도 조사에서 일반 국민의 57.6%가 ‘우리 사회가 부패하다’고 답했다. 전문가·기업인·외국인 집단의 인식은 전년보다 눈에 띄게 개선됐지만, 정작 제도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국민의 체감은 멈춰 섰다.
이 결과가 보여주는 핵심은 단순한 인식의 차이가 아니라, 제도를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신뢰가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권에 가까운 집단일수록 “개선됐다”고 말하고, 그 제도의 결과를 감내해야 하는 국민일수록 신뢰를 거둬들이는 구조적 불균형이 고착되고 있다는 신호다. 부패 인식이 줄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부패가 더 늘어서가 아니라, 현재의 청렴 시스템이 전혀 신뢰를 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수년간 반부패 제도를 정교화해 왔다. 법과 규정은 늘었고, 지표는 관리되고 있으며, 정책 효과에 대한 내부 평가는 개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체감은 왜 따라오지 못하는가. 청렴은 책상 위 ‘관리 지표’를 넘어 시민이 효능감을 느끼는 ‘생활 밀착형 감시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청렴 규제를 설계하는 전문가도, 보여주기식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기획자도 아니다. 사각지대와 틈새를 포착하는 현장의 눈, 그리고 그 판단의 결과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는 투명한 결정 구조와 사법 시스템이다.
정치에 집중되는 부패 인식
이번 조사에서 가장 분명한 신호는 정당·입법 분야에 대한 부패 인식의 고착화다. 일반 국민, 전문가, 공무원 모두 이 분야를 가장 부패한 영역으로 지목했고, 일반 국민의 응답은 3년 연속 같은 결과를 보였다.
이는 정치권에 대한 일시적 실망이 아니다. 공천과 입법, 예산과 인사 과정은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과 달리 현실에서는 그 작동 방식이 잘 보이지 않는다. 과정은 드러나지 않고, 결정의 이유는 설명되지 않으며,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남지 않는다. 이런 구조 자체가 정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청렴을 관리하는 기관의 신뢰 위기
이 불신의 중심에 반부패 정책을 총괄하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놓여 있다는 점은 가볍지 않다.
2024년 권익위 자체 청렴도 조사에서 내부 청렴 체감도는 80.3점에서 69.6점으로 급락했다. 외부 평가 이전에, 조직 내부 구성원들조차 기관 운영의 공정성을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매년 700곳이 넘는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평가하는 주체다. 그런 기관이 신뢰의 흔들림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점수 하락의 문제가 아니다. 청렴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방식 자체가 과연 신뢰를 생산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청렴을 말하는 기관이 비리와 부정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그 어떠한 완벽한 제도와 청렴 대책도 고장난 스피커에 불과할 것이다.
드러낸 비리, 그러나 남지 않은 책임
이 문제는 정보 공개를 둘러싼 판단에서도 반복된다.
지난 2024년 말 권익위는 지방의회 이해충돌 실태조사와 국외출장 점검을 통해 수십억 원 규모의 위법·부당 사례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의회와 의원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선출직 공직자의 위법 여부는 주민의 알 권리와 직결된다”며 비공개 처분을 취소했다. 그럼에도 권익위는 항소를 선택했다.
결국 부패 사실은 확인됐지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분명해지지 않았다.
국민이 느끼는 불신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부패를 ‘발견’하는 데서 멈추고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규제는 범죄를 막는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범죄의 매뉴얼이 된다. 신뢰는 도덕적 선언이 아니라, 잘못에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책임의 비용’이 작동할 때에만 형성될 수 있다.
권력이 불편해할 수 있는 판단을 회피하는 순간, 권익위는 반부패 기구가 아니라 단순히 책임 없는 행정 창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위원장 인선이 의미하는 것
이런 상황에서 차기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인선을 둘러싼 시민사회의 요구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공익제보·반부패 관련 단체들은 1월 15일, 권익위 운영을 둘러싼 논란을 지적하며 차기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정치적 중립성과 법적 독립성을 갖춘 반부패 전문가여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정치적 중립성과 법적 독립성을 갖춘 반부패 전문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특정 인물에 대한 선호를 넘어 권익위가 어떤 기관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질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법률상 독립기관이다. 그러나 그 독립성은 법 조항에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운영과 판단의 순간마다 실질적으로 증명될 때에만 독립성은 신뢰가 된다.
청렴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부패 인식이 멈춰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청렴 제도는 작동하고 있지만, 신뢰를 축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정은 닫혀 있고, 판단은 요약되며, 결과는 책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수치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착각에 가깝다.
청렴은 선언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판단이 드러나고, 책임이 남을 때에만 신뢰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나 지표가 아니라, 청렴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이다.
부패 인식이 멈춰 있는 이유는 해결책을 몰라서가 아니다. 관성을 깨뜨릴 수 있는 질문과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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