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사건 2년뒤 나온 DNA증거 大法 "조작여부 입증 안돼" 불인정

문민호 기자 / mmh@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6-14 1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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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유죄' 판결 파기환송

[시민일보 = 문민호 기자] 성폭행 사건 발생 2년여만에 제출된 DNA 증거를 근거로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해당 증거가 조작ㆍ훼손되지 않았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유죄 판결을 파기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8월 자신의 차량에서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을 해 간음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건 당시 입었던 바지에 대한 DNA 감정이 진행되면서 판결이 뒤집혔다.

감정 결과 바지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됐고, 바지 일부가 훼손된 흔적 역시 피해자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진술과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해당 바지가 서건 발생 후 2년 이상 지난 2024년 1월 수사기관에 제출된 점에 주목했다. 피해자가 보관하던 기간 동안 증거물의 상태가 어떻게 유지됐는지, 조작이나 훼손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수사기관 진술이나 원심법원의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바지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 외에 신원 미상의 DNA도 함께 검출됐다는 점에서도 바지의 훼손 가능성을 쉽게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과학적 증거방법은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입증되고 추론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해 오류의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경우로 인정돼야만 사실인정에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갖는다"는 법리를 들었다.


그러면서 "검사는 바지의 보관·제출 과정 등에 비춰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자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된다는 점에 대해 추가로 증명해야 하고, 원심도 이를 토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심리·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히 그 증거방법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일하거나 유력한 증거일수록 자칫 그 과학성에 대한 맹목적 신뢰로 인해 형사소송의 요체인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증명법칙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법원은 항소심이 1심 판단을 뒤집으려면 1심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다거나, 논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 항소심 심리 과정에서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경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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