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당당하다면 재판 회피 말라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6-10 14: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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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전부터 범죄피의자가 대통령 되면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사실상 법원에 정치적 압력을 가한 셈이다.


결국, 이재명 정권의 압박에 굴복한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재판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는 치욕적인 결정을 하고 말았다.


재판부가 대선을 이유로 ‘유죄 재판’을 미룰 때부터 예견된 일이니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혹시나 하며 사법부를 믿었기에 실망이 크다.


선거법 사건 재판은 앞서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파기 환송한 만큼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큰 재판이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이면 이 대통령의 당선은 무효가 되고 대통령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런데 고법이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따라 공판 기일을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며 사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짓밟고 나선 것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추의 개념에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이 포함되는지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져 왔으나 진행 중인 재판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헌법 제68조 2항은 ‘대통령도 판결로 자격이 상실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헌법 68조 ①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는 때에는 임기만료 70일 내지 40일 전에 후임자를 선거한다. ②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대통령도 ‘판결 기타의 사유로 자격이 상실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따라서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면 재판을 받지 않는다는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민주당이 법 개정으로 이 대통령의 모든 재판을 중지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록 선거법 항소심 재판부가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연기했지만, 이 대통령 위증교사 사건과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 사건, 대북송금 의혹 사건 등을 맡은 서울고법과 중앙지법, 수원지법 등이 그대로 재판을 진행할 가능성을 우려해 아예 강제로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못 하게 막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생각이다.


실제로 민주당 내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5선 중진의 정성호 의원은 10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 “대통령의 경우에는 진행 중인 재판은 중지한다고 하는 형소법을 정리해서 입법적으로 깔끔하게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과연 국민도 같은 생각일까?


아니다. 대선 당시 출구조사 결과 대통령도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한다고 응답자가 무려 64%에 달했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지난 3일 전국 17개 시도 투표소 60곳에서 투표자 5190명에게 ‘만일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등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63.9%는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25.8%는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고 10.3%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재판 계속’은 42.7%로 ‘재판 중단’ 44.4%와 거의 비슷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일무이한 재판 5개를 받는 형사피고인 이재명 대통령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법을 만들어 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것에 대해선 국민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라도 말끔하게 처리하고 넘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본인이 선거 과정에서 밝힌 것처럼 모든 기소가 조작에 불과하고 죄가 없다면, 당당하게 재판 진행을 받아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아내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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