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상지대처럼 설립자를 구속하고 관선이사를 파견한 후 그가 대법원에서 무죄로 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법을 정면으로 위반해가면서 까지 10년 동안 복귀를 거부하다가 급기야 새해에 들어서면서 정이사를 승인하여 권력에 의한 사학탈취라는 전대미문의 만행을 저지르는 것을 보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따라서 그 동안 김문기 전이사장이 주장해 왔던 표적사정의 경위를 이 기회에 상세히 기억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학을 경영하는 사람중에는 언제 어떤 명목으로 이와 똑같은 사정의 칼날에 제2의 희생자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가 김영삼정권에 의해서 체포된 것은 ‘93년 3월29일이었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팔레스호텔 부근 궁전다방이라는 곳에서였다. 당시 그는 강원도 강릉 지역구에서 당선한 3선 의원이었다. 여당인 민자당 소속으로 강원도 지부장, 당무위원, 재정위원, 당 환경위원장 등의 요직을 맡고 있는 중진이었다. 그러나 그런 감투는 권력과 유착되어 있을 때에만 빛나는 것이지 권력이 때려잡겠다고 칼을 빼들면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검은 안경으로 얼굴을 감춘 정체불명의 수사관이라는 청년들이 들이닥쳐 영장도 제시하지 않고 강제 연행한 것이다. 군사독재 시절에 민주인사들을 연행해가던 수법이 바로 이런 것 이었구나 하고 느낄 사이도 없이 끌려갔다.
독재정권을 규탄하던 인사들이 수없이 잡혀갈 때 여당의원이었던 김문기는 그들의 고통을 미처 깨달을 수 없었지만 자기 자신이 똑같은 신세가 되고 보니 권력의 횡포가 얼마나 무자비한 것인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민주인사들이 당하던 고통보다 훨씬 더 큰 압박을 받아야 했다. 민주인사들은 ‘정치범’으로 다뤘지만 김문기는 특가법에 묶어 파렴치한 잡범으로 취급했다. 한 달이 넘도록 숨이 막힐 듯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며 자백을 강요했지만 없는 죄를 불수는 없었다. 평생에 단 한 차례도 당해보지 않았던 강제수사는 김문기의 육체는 물론 영혼까지도 철저히 짓밟으며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내몰게 만들었다.”
김문기 의원에게는 그에 앞서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이던 최형우와 부총장 권해옥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2월25일 김영삼이 취임하자마자 이틀 뒤 민자당에는 공직자 재산등록 조사위원회가 발족했다.
실세로 알려진 최형우, 권해옥, 조부영, 백남치 등이 조사위원이 되었다. 그들은 서릿발 같은 김영삼의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는 도부수 역할에 충실했다. 그들이라고 어제까지도 같은 솥에서 밥을 먹던 동료 국회의원에게 가혹한 행위를 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주어진 직책에 충실하려면 희생양을 만드는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들은 김영삼정권 공직자 사정1호로 ‘김문기’를 지목했다. 우선 재산등록액수가 185억에 이르러 다른 사람에 비해서 월등 많은 것이 눈에 띄었다. 게다가 상교협 교수 몇 사람이 터무니없는 사실을 조작하여 정부 쪽에 투서를 낸 것이 작용했다. 더구나 여당 중진을 먼저 족치는 것은 정적을 사정하는데도 형평의 원칙이 지켜지는 것처럼 호도할 수 있어 안성맞춤이 되었다.
조사위원을 대표한 권해옥은 “상부에서 전격적으로 결정된 사항이다. 모든 공직에서 사퇴시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만일 사퇴하지 않고 버티면 가정, 친척, 지역구, 사업체, 학교법인 등 전방위적인 사정에 착수한다.”고 하면서 “모든 공직을 떠나 학교운영에만 전념한다면 사법처리 등 어떤 불이익도 없다.”는 것을 최형우를 통해서 확인시켜줬다.
“이를 믿고 그대로 따른 것이 나의 일생일대의 실수가 될 줄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것이 최근에 토로한 김문기의 심정이다. 그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부동산 투기나 학교비 횡령 등 전형적인 사학비리의 꼬투리가 잡히지 않자 검사를 교체한다. 새로 온 사람은 후일 국회의원을 역임한 함승희다. 그는 김문기와 동향이며 그의 부친은 명주 양양 지구당의 부위원장으로 있는 함상순으로 김문기와 절친한 동지였다.
이런 내력을 바탕으로 김문기에게는 교묘한 회유가 이뤄진다. 나중에 김문기를 구속기소할 때 덮어 씌어진 죄목은 특가법이 주된 죄목이었는데 모두 무죄로 판결 받았고 오직 유죄로 된 것은 업무방해죄 하나뿐이다. 이것은 학생 7명을 부정입학시킨 사실을 사전에 보고받았다고만 진술하면 다른 사람은 모두 풀어주고 김문기 역시 잠깐 동안만 있다가 나가면 된다는 감언이설에 넘어간 것이 그만 독을 마신 셈이 되었다.
함승희는 “상부와 타협이 되어 지시를 받고 하는 것이니 여기에 타협해 주시면 곧 나가게 됩니다.” 하면서 간곡히 설득하여 믿었지만 이로 인하여 감옥은 감옥대로 살고 학교는 학교대로 빼앗기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전대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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