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죽음 인식 개선 프로그램 눈길

이대우 기자 / nice@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12-10 16: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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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적으며 '웰 다잉' 준비… 삶 성찰하는 '아름다운 여행' 떠나요

區, 지자체 최초로 임종노트 제작
주민 15명에 작성 방법·효력 교육
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사업 시행


▲ 지난 11월18일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실시된 '아름다운 여행' 참가자들이 나무에 전시된 편지들과 사진들을 감상하고 있다.

[시민일보]지난 10월 부산의 도심 주택가 단칸방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다 사망한 60대 노인의 시신이 5년만에 백골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발견된 노인의 시신은 추위를 견디기 위한 장갑과 겨울옷 아홉벌을 껴입은 상태였다고 한다.


이처럼 가족이 없거나 떨어져 혼자 살고있는 홀몸노인들은 도움을 받기도 어렵고 숨지더라도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여의치 않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서대문구(구청장 문석진)는 ‘죽음을 맞이하는 아름다운 시선’이란 뜻을 가진 죽음인식 개선을 위한 '웰다잉(Well-dying) 프로그램'을 운영해 가족구조의 변화로 이웃과의 관계 단절에 따른 무연고 사회에 대비에 나섰다.



■지자체 최초, 임종노트 제작



구는 지난달 18일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과 서울시립승화원에서 60세 이상 주민 15명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여행' 프로그램과 임종노트 작성교육을 실시했다.


이번에 실시된 '아름다운 여행'은 시립승화원의 시설견학, 장사관련 유적지 및 고대 화장방법 소개와 화장문화 바로알기 등의 강의를 듣고, 수골실·봉안시설·유택동산 등을 둘러보고 이별상자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 best 5' '삶에 대한 나의 각오’ 등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작성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서대문구청 회의실로 이동해 임종노트 작성 방법과 효력에 대한 교육과 또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제목이 붙은 임종노트를 직접 작성했다.


'임종노트'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구가 제작한 노트로서 홀몸노인들의 ▲꼭 연락해야 할 사람 ▲주요 물품 보관장소 ▲원하는 장례방식 ▲장례를 부탁하고 싶은 사람 ▲받을 돈과 갚을 돈 ▲유산과 유품 처리 ▲구청에 대한 유언집행 의뢰 ▲남기고 싶은 이야기 등을 기록하기 위한 면으로 짜여 있다.


동 주민센터나 구청에서 임종노트를 받을 수 있으며, 여기에 있는 ‘임종노트 스티커’를 신분증에 부착하면 사망자 발생시, 보다 신속하게 고인 의사가 반영된 장례와 행정처리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서대문구청을 유언 집행자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자필로 이 같은 희망사항을 임종노트에 기재한 뒤 구청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구는 임종노트를 통해 연고자가 있는 경우에도 미리 자신의 죽음과 의미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무연고자 사망시 ‘상속인 없는 재산의 관리인’에 관한 민법 제1053조에 따라 오랜 시간 소요되던 유품 정리와 무연고 사망 당사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던 장례 절차도 개선될 방침이다.



■청소년들의 아름다운 여행


구는 올해 7월 서울시립승화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여행'프로그램을 실시하고있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죽음에 대한 인식개선, 화장문화 바로알기, 자살예방과 생명존중에 관한 강의를 청취하며 청소년은 생명사랑서약서도 작성한다.


'아름다운 여행' 프로그램은 매주 화요일 오전 9시30분~11시30분에 실시하며 총 2시간이 소요된다.


신청 및 접수방법은 서울시 공공예약시스템(yeyak.seoul.kr)에서 하면 된다.



■무연고자들의 든든한 사회안전망 구성


한편 서대문구는 올해 5월 마을장례지원단 ‘두레’를 발족하고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마을장례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두레'는 기존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면 시신처리 업체에서 바로 화장해 납골에 안치하는 기존 절차 대신, 마을장례지원단이 또 하나의 가족이 돼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고 상주역할을 맡는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지원사업이다.



문석진 구청장은 “웰다잉(Well-dying) 프로그램이 인생을 보다 값지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주위 무연고자들에 대해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고 서대문구도 이들의 좀 더 든든한 사회안전망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임종노트나 아름다운 여행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서대문구 복지정책과(02-330-1641)로 문의하면 된다.


이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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