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옛 선조들 소원 빌던 인왕산 명소 3곳 소개

이대우 기자 / nice@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4-01-13 14: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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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우백호' 소망기원 명당...마애불ㆍ해골바위 등 '장관' 매월 9월 '사직대제' 지내 풍년 기원 陽氣수집 돌신주도 눈길
인왕사 선바위 등 주변 암벽 절경…외국인 관광객에 큰 인기
조선시대 무인 활터 '백호정' 우수한 약수 등 숨은 명소로 각광

▲ 경복궁역에서 인왕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사직단'의 전경
[시민일보]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취업, 가족 건강, 대학입시, 출산 등 가슴 깊은 곳에 숨겨둔 소원을 빌게 된다. 또한 소원을 빌 때 특정 장소를 찾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 소원을 빌어 이루었다고 전해지는 ‘명당’을 간절한 마음으로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수도 60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종로구(구청장 김영종)에서는 특히 풍수지리상 경복궁 오른편에서 궁을 지키는 우백호의 역할을 하는 인왕산을 중심으로 옛 선조들이 소원을 빌었던 소문난 ‘소원 명당’들이 많다.

이에 <시민일보>는 종로구가 소개하는 지역내의 소원빌기 좋은 3곳의 명소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 풍년을 기원하며 천기를 받는 사직단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인왕산으로 가는 길에 사직단(종로구 사직로 89)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토지의 신인‘사(社)’와 곡식의 신‘직(稷)’을 모시고 비를 기원하는 기우제, 풍년을 기원하는 기곡제 등을 지내며 농업의 번성을 하늘에 빌었던 곳으로 사극에서 자주 듣는 대사 중 하나인 '종묘사직을 생각하시옵소서'의 사직(社稷)이 이곳이다.

사직단은 태조가 개성에서 한양으로 천도하고 고려의 풍습에 따라 종묘와 함께 가장 먼저 조영한 도성 시설물로 경복궁을 기준으로 동쪽에 종묘를, 서쪽에는 사직단을 만들어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1406년(태종 6년) 6월에는 주변 지형에 맞게 사직단을 개수하였고, 이를 관리하며 지키는 관리를 두었으며 나라 안의 각 고을에도 사직단을 설치하도록 하였다.

남향으로 지어진 보통의 건물들과 사직단은 북쪽을 향하고 있다. 사직단이 ‘음(陰)’의 공간이 되어 ‘양(陽)’의 기운인 하늘의 기운을 모으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곳에는 다른 제단에서는 볼 수 없는 양의 기운을 모으는 돌신주(石柱)가 있다.

돌신주는 하늘과 땅을 잇는 매개체로 천기를 받아 땅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 돌신주는 전국의 많은 제단들 중 유일하게 사직단에만 있다.

사직단에서는 오늘날까지도 풍습에 따라 음의 기운이 높다고 전해지는 매년 9월 셋째주 일요일(음력 8월 중순쯤)에 사직대제를 지낸다.

또한 일제 강점기에 사직공원으로 격하되어 제사와 관계없는 동상이나 건물들이 세워져 아직까지 남아있는 사직단의 복원을 위해 2009년 사직단 담장복원을 시작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복원에 들어간다.

이외에도 오는 2020년까지 발굴 작업 등을 통해 제사를 준비하던 공간과 주변 관아들까지 복원해 하늘을 향해 정성을 다했던 사직단의 온전한 옛 모습을 되찾을 방침이다.

▲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여인들이 눈물로 찾은 선바위

사직단을 거쳐 인왕산을 오르면 유명한 소원 명당인 선바위(종로구 통일로18가길 26)가 있다.

서울한양도성과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선바위는 바위의 모습이 스님이 장삼을 입고 참선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선(禪)바위로 불리게 됐다.

선바위는 조선 초기부터 인왕산의 특징적인 암벽으로 주목을 끌었을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신앙대상물은 아니지만 불력(佛力)을 지닌 존재처럼 신성시되었다.

지금도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는 속설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예부터 아이를 갖기 원하는 부인들이 많이 찾아 기자암(祈子岩)으로도 불리우고 있다.

한국지명유래집에 따르면 조선 태조가 성(城)을 쌓을 때 문신 정도전과 왕사 무학대사가 이 바위를 성 안으로 하느냐 성 밖으로 하느냐로 크게 의견대립이 일어나 결국 정도전의 의견에 따라 선바위는 성 밖으로 밀려났다고 한다는 일화도 있다.

선바위 주변의 해골바위와 마애불 역시 소원명당으로 선바위를 찾은 이들이 많이 찾는다.

선바위는 인왕사를 거쳐 올라갈 수 있다. 가파른 암벽길을 따라 세워진 탓에 인왕사의 법당들이 작은 집처럼 흩어져 있어 하나의 절이 마치 산 속의 작은 마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선바위로 오르는 길 끝자락에는 국사당이 있다. 나라의 제를 지내던 곳으로 다양한 무속 신들을 모시고 있다. 남산에 있던 것을 일제 강점기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비단 바탕에 색을 입힌 21점의 무녀도와 무녀의 영혼의 상징인 명두(明斗) 7점은 국사당을 찾는 이들이 반드시 봐야하는 대표적인 신물(神物)이다.

피리를 불며 줄을 타고 있는 창부씨, 칼을 짚고 앉아있는 별상님, 산신, 최영 장군, 삼불제석, 칠성님, 용왕대신, 무학대사, 조선 태조를 그린 아태조 등 여러점의 무녀도가 걸려있다. 또한 그림들 위에 걸려 있는 명두는 고대의 청동거울을 연상시키는 무녀의 증표이다.

지금도 국사당에서는 내림굿, 치병굿, 재수굿 등이 종종 행해지고 있으며, 우리의 토테미즘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 병든 인왕산 흰호랑이를 고쳐준 약수

인왕산 자락의 숨겨진 명소인 백호정(白虎亭, 종로구 옥인3길 40)은 조선시대 무인들의 활터로 한석봉의 뒤를 잇는 조선시대 명필 엄한명이 바위에 각자를 새긴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백호정은 인왕산에 살던 병든 흰호랑이가 활터 옆 작은 샘에서 물을 마시고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호랑이가 마셨던 물을 마시면 병이 낫는다는 전설이 있는 곳으로, 한때 전국에서 약수통을 들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기도 했다.

현재는 약수를 마실 수 없지만 무인들이 활을 연마한 장소는 남아있다.

김영종 구청장은 “새해 계획을 세우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소원을 비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전통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이 잘 지켜지고 발전할 수 있도록 역사적·문화적 공간을 가꾸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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