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시민', 특별한 조연+다양한 표현...'또 다른 주인공'

서문영 / issue@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7-04-2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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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특별시민' 스틸컷)
뛰어난 주연 만큼이나 영화의 몰입도를 좌우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조연이다. 조연은 주연 못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며 스토리의 흐름과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흔히들 영화의 배우를 떠올리면 주연 배우를 떠올리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조연으로 인해 영화의 흥망성쇄가 갈리기도 한다. 때문에 '천만 요정', '특급 조연' 등의 신조어가 대중들 사이에서 탄생하며 조연의 중요성에 대한 근거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영화 '특별시민'은 변종구(최민식)가 차기 대선을 노리고 최초의 서울 3선 시장에 도전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 작품은 다양한 관전포인트를 가진 점에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는데 그 중 가장 핫한 관점포인트는 바로 배우다. 배우라는 키워드가 관점포인트인 만큼 등장하는 조연들 역시 주연 못지 않은 충무로 대표 연기자들로 구성됐다. 우선 속을 알 수 없는 정치부 기자 문소리(정제이 역), 소신있는 선거가로서 양진주의 오른팔인 류혜영(임미선 역), 마지막으로 최민식(변종구 역)과 대립구도를 통해 영화의 스토리를 끌어가는 배우 라미란(양진주 역)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영화의 중점은 주연들이 만들어가지만 흐름과 포인트는 이들 주연이 이어준다. 그렇다면 이들은 '특별시민'에서 어떤 특별한 존재이기에 영화의 관점포인트이자 흐름을 이끌어가는 포인트가 될 수 있었을까.
▲ (사진= '특별시민' 스틸컷)
극 중 정제이는 정치인들을 괴롭히는 한편 대중들의 화제와 이목을 끌어모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베테랑 기자다. 그러나 그것으로 설명이 끝난다면 정제이라는 캐릭터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로 끝났을 것이다. 정제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역설'이다. 그는 정치인들에게 깊숙히 파고들어 그들의 추악한 점을 전부 드러내는 한편 화제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또 등장인물들을 통틀어 가장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며 후반부에서는 인물들 중 가장 명확하고 확실한 목표를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어떤 인물보다 입체감을 드러내는 만큼 영화의 사건과 사고를 조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사회적 이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특별시민'의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작품 내에서 연기를 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연기를 돋보이게 하는 인물이 정제이다. 문소리는 정제이라는 인물에 대해 명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간 다양한 모습을 통해 빈틈없는 연기를 선보인 그녀는 이번 역시 감탄이 터져나올 만큼 완벽한 연기를 소화했다. 단순히 연기를 잘한 것이 아닌 정제이가 가진 입체감을 명확하게 드러낸 것. 날카롭게 때로는 친근하게 그리고 무섭게, 동일한 인물과 동일한 성격 속에 여러 모습을 표현해야하는 어려움은 문소리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소리가 연기한 정제이는 가장 정의롭게 하지만 누구보다 추악하게 살아간다. 또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그 속을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역설적이게도 유일하게 자신의 욕망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 (사진= '특별시민' 스틸컷)
임민선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가장 단편적이지만 확실한 캐릭터성을 보여준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 뛰어난 전략과 선견지명으로 양진주의 책사를 담당한다. 양진주의 한발 빠른 홍보와 화제성 등은 모두 임민선의 머리에서 나온 것. 변종구라는 인물을 흔들 수 있는 배후가 임민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뛰어난 능력은 나이에 가려져 묵살되고 무시당한다. 그의 의견이나 피드백은 대부분 외면당하고 그의 조언 역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게다가 임미선 특유의 고지식함과 명료한 성격은 주위에서 그를 받아 들이기 힘들게 하며, 해외에서 살던 설정으로 인해 한국사회가 가진 기득권층과 권력층에 의해 알게 모르게 자신의 정의가 무너져 내리는 인물이다.

류혜영은 이미 '충무로의 블루칩'이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 받은 배우다. 심은경(박경 역)과 함께 청년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류혜영 특유의 단단함과 스마트함을 인물에 녹여냈다. 임민선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초심대로 움직이는"인물이라 했던 류혜영의 말처럼 과연 그가 높은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하지 않을 수 있을 지 또 그 내면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역시 영화의 관점 포인트다. 단순한 조연이 아닌 중축인 만큼 부담을 가졌을 지도 모르지만, 영화에서 임민선이 그랬듯, 류혜영 역시 도전을 했고 성공했다.
▲ (사진= '특별시민' 스틸컷)
양진주는 변종구의 라이벌로서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다. 영화의 주인공 변종구라는 인물의 라이벌이라는 점에서 이미 작품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정치인이자 보통 기성세대다.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익숙히 보았던 정치인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지만, 보다 부드럽고 관용적인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관용적인 모습을 지향하는 한편 어쩔 수 없는 현실 속 기성세대의 한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앞서 말한것 처럼 청년층인 임민선의 충고보다는 자신을 따르는 실세의 말에 좀 더 귀를 귀울인다. 또 자신이 확신에 차면 다른이의 조언은 점점 멀게한다. 양진주 역시 처음부터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막혀 점점 변해간다. 변종구를 깎아 내리면서도 본인 역시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으며 정치와는 상관 없는 선전을 하기도 한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영화의 내용 뿐 만 아니라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대중들에게 친숙함과 코믹함으로 다가갔던 라미란이 흔치 않은 연기 변신을 했다. 그러나 같은 성격 속에서도 다양한 연기를 펼친 라미란은 연기력 논란을 불러 올 문제가 전혀 없는 배우다. "믿고보는 라미란"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조연임에도 확연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는 "라미란이라는 배우에게 다른 옷을 입혀보고 싶었다"며 "진지하고 정치인다운 모습을 보여주면 오히려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옷은 맞지 않은 옷이 아니다. 라미란의 보증된 배우와 함께 신선한 연기 변신은 기대를 걸 가치가 충분하다.

모든 작품에서 사소한 역할이란 없다. 그렇지만 '특별시민'에서의 조연은 타 영화의 비해 훨씬 특별하다. 영화의 흐름 뿐 만 아니라 각자가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고 표현하는 것이 그 이유다. 이는 이 영화에 기대를 걸 수 있는 가치이며 작품 속 주요 관점포인트다. 26일 개봉. 러닝타임 1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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