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배임죄 폐지‘ 놓고 공방전

여영준 기자 / yyj@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9-23 12: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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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재계 오랜 숙원, 올해 안에 폐지”
국힘 “李 대통령 무죄 만들기 프로젝트”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올해 정기국회 안에 배임죄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하자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대통령 무죄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통령이 받고 있는 재판 5개 중 2개가 배임죄와 관련이 있어서다.


이 같은 의심은 민주당이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간 주로 띄웠던 이슈 중 상당수가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받게 된 ▲제20대 대선 허위사실 공표 ▲검사 사칭 사건 위증교사 ▲대장동ㆍ백현동 등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후원금 ▲쌍방울 대북송금 ▲법인카드 사적유용 등 5개 재판 가운데 2개가 배임죄와 관련이 있다.


대장동ㆍ백현동 등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후원금 사건에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고, 법인카드 사적유용 사건에선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법조계에선 배임죄가 전부 폐지될 경우 형사소송법 제326조에 의해 진행 중이던 재판은 '면소'(免訴) 판결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23일 여당의 배임죄 폐지 추진에 대해 "이재명 구하기"라면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그런 연유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형법상 배임죄 폐지에 반대한다"며 "중단된 이재명 피고인의 대장동 재판 등을 아예 없애버리고자 하는 이재명 구하기법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임죄를 폐지하자는 것은 회사의 충실의무를 사실 면제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이는 상법 개정 취지를 정면으로 뒤엎는 자기모순, 개미투자자 보호 명분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배임죄가 폐지되면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를 면책하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경영 투명성이 무너지고, 기업이 흔들리면 일자리도 위협받는다"고 했다. 또 "기업 신뢰 무너지고 주가가 하락해 피해는 개미에게 전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배임죄 폐지는 피고인 이재명을 구하고 근로자와 개미투자자에게 피해를 떠넘기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국회가 논의해야 할 것은 배임죄 폐지가 아니다"라면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 중대재해처벌법의 합리적 개선을 여야민생협의체 핵심 의제로 올려 논의할 것을 민주당에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배임죄는 군부독재 권위주의 정권의 유산이라며 정치검찰이 배임죄를 악용해 기업인들을 무분별하게 기소하고 정적을 탄압했다는 억지 주장까지 펼쳤다"며 "(10여년 전)20년차 변호사를 자처하며 '배임죄 처벌이 사법남용이라는 건 별 해괴한 소리'라고 말했던 이 대통령은 그동안 군부독재 유산을 두둔한 것인가"라고 가세했다.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이 대통령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배임죄를 폐지하려 하고 있다"며 "죄를 부인하는 죄인은 봤어도 법을 폐지하는 죄인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로 이런 엽기적 행태가 정치권에서 사라져야 할 대청소 대상"이라고 질책했다.


그런데도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배임죄 폐지에 찬성인지 반대인지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라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친기업 정당을 자처하면서 재계의 숙원에는 등 돌리는 국민의힘"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배임죄 폐지는 재계가 오랫동안 요구한 숙원 과제"라며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민주당은 이를 지키기 위해 깊은 고민과 논의 끝에 폐지를 결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이다"라며 "일부 국민의힘 정치인은 사실과 의도를 왜곡하면서 정치공세에 몰두한다"며 "배임죄 폐지는 민생경제 회복과 기업활동 정상화를 위한 시대적 과제이다. 정쟁의 수단이 아닌 국민과 기업을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배임죄 폐지에 찬성한다면 민생경제협의체 안건에 상정하고 정기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제안한다"며 "아니라면 그 책임은 국민과 재계 앞에서 분명히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배임죄를 폐지할 것"이라며 "배임죄 폐지는 재계의 오랜 숙원"이라고 강조했다.


본인의 배임죄 폐지 구상에 대해 야당에서 "이 대통령 재판을 무력화시키고, 법을 없애서 면소 판결을 받겠다는 얄팍한 속셈"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기업 환경 개선'이라는 명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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