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 선도하되 일자리 충격에도 유연한 선제적 대비를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1-08 13: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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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경연장인 ‘소비자가전 전시회(CES) 2026’이 ‘혁신가들의 등장(Innovators show up)’이라는 주제로 지난 1월 6일(현지 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그 화려한 막을 올리고 오는 9일까지 무려 160여 개국 4,500여 개 기업이 참가해 각축(角逐)을 벌인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6’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코 ‘피지컬 인공지능(AI)’이다. 이는 실제 환경에서 ‘인공지능(AI)’이 인지·판단·제어하는 기술로, 입으로 말하는 AI를 넘어 몸으로 서비스하는 ‘피지컬(Physical) AI’를 이끄는 중심엔 단연 세계 1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있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칩(Chip) 공급망을 거머쥔 엔비디아는 ‘피지컬 AI’ 세계에서 공통 두뇌와 학습 체계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활약 중이다. 정확히 1년 전 “AI의 다음 물결은 ‘피지컬 AI’”라고 예고하며 “AI의 다음 개척지”라고 전망했던 ‘젠슨 황(Jensen Huang │ 黃仁勳)’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같은 자리에서 ‘피지컬 AI’가 최초의 규모 있는 시장으로 등장하는 분야가 ‘자율주행·로보택시’라고 지목했다. 이번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전시장에선 불과 1년 만에 ‘젠슨 황’의 예언과 전망이 생생한 현실로 나타났다. 가정용 로봇이 빨래를 개키고 빵을 구웠고, 공장에선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이 힘든 작업을 도맡아 처리하는‘피지컬 AI’ 시대를 당당히 선보였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엔비디아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협력해 자율주행 기반 로보택시 서비스를 내년 출시한다.

글로벌 빅테크(Big Tech │ 거대 기술기업)’와 ‘클라우드(Cloud) 업체’가 기술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기후·에너지 전환이라는 복합적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이제 ‘피지컬 AI’는 단순한 질의·응답 차원을 넘어 지식산업에서 육체노동까지, 기업과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개념적 인공지능(AI)기술로의 ‘몰입(Dive in)’을 계승해, 현실로서의 AI 등장이 ‘CES 2026’ 키워드로 잡혔다. 올해‘CES 2026’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와 글로벌 분석기관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번‘CES 2026’의 최대 주목거리는 역시 AI, 로봇, 모빌리티, 디지털헬스 등 4개 분야로 압축된다. 물론 이들 테마는 최근 몇 년간 줄곧 리스트에서 당연히 빠진 적이 없다.

농업에선 미국의 농기계 제조기업 존디어(John Deere)가 자율주행 AI 트랙터로 빅데이터를 분석하며 생산성을 높이고 환경 오염을 줄이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독일 지멘스(Siemens AG)는 공장 전체를 하나의 지능형 시스템으로 연결해, 각종 설비와 기계가 AI와 실시간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효율을 극대화하는 제조 현장을 선보였다. 막연한 미래로만 여겨졌던 ‘피지컬 AI’가 눈앞의 현실로 목도(目睹) 되고 있다. AI와 로봇의 결합이 인간 노동의 보조를 넘어 인간 노동을 대체하면서 후폭풍도 거세게 봉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자리 쇼크’에 직면한 것이다. 미국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은 지난해 컴퓨터 엔지니어와 반복 업무 비중이 높은 인사·회계를 중심으로 12만여 명을 감원했다. 지난해 12월 23일 글로벌 해고 트래킹 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와 외신 분석을 종합하면,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 주요 테크 기업에서 발생한 해고 인원은 12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역대 최악이었던 2023년보다는 적은 수치지만, 2019년 이전 호황기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인공지능(AI) 발(發)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 실적과 주가는 고공행진인데,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어서다. 아마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이 줄줄이 수천 명 단위의 감원을 단행하며 고강도 다이어트에 돌입했음은 분명하다.

‘피지컬 AI’는 앉아서 일하는 사무·전문직 화이트칼라 업무부터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지능형 로봇’은 아직 사람만큼 세밀한 작업을 하지 못하겠지만 자료를 수집·분석·계획하고, 작성하는 업무는 인간 이상으로 잘 해내기 때문이다. ‘피지컬 AI’는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새내기 직장인과 행정·비서·기계 조작 등 저숙련 직종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영국의 국가교육연구재단(NFER)은 지난해 11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2035년까지 행정·비서·고객서비스·기계 조작원 등 저숙련 직종에서 100만~30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일자리 추적 전문 벤처캐피털 ‘시그널파이어(SignalFire)’에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 15곳의 2024년 대졸 신입 채용은 전년보다 24.8% 감소했다. 같은 기간 2년 이상~5년 이하 경력자 채용은 27.2% 증가했다. 하버드대의 연구에서도 2022년 11월 말 챗GPT 출시 이후 AI를 도입한 기업들은 시니어 고용은 늘렸지만, 주니어 인력 고용은 9%나 적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에서도 국내 기업의 80%가 “AI 도입으로 사무직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기술 혁신 속도가 고용 구조 변화를 앞서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등장하면서 고용시장 파급력도 확인되고 있다. AI가 회계, 재무, 세무 등 전문 분야 업무도 속속 해내면서 고학력 신입 전문직 고용이 위축되고 있다. 단순 업무는 물론 전문직도 AI 발(發) 고용 축소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예컨대 1~3년 차의 신임 공인회계사(CPA)가 하던 단순·반복 업무를 신규 회계사를 채용 않고 AI가 대체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청년 고용 위축은 뚜렷하다는 게 국내외 연구 결과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3년간 조사를 해 보니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에서 청년고용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21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인회계사(CPA) 시험 합격자 중 실무 수습 기관을 배정받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는 600여 명에 달한다. 올해 합격자 1,150명의 절반가량이다. 미지정 공인회계사(CPA)는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합격했지만, 정식 공인회계사(CPA)로 활동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실무 수습 기관 배정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말한다. 절반가량의 공인회계사(CPA) 합격자가 사실상 미취업 상태에 내몰린 것은 회계업계 업황 악화 등도 원인이 있지만 AI 확산도 일조했다는 게 회계업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공인회계사(CPA)뿐만 아니라 변호사, 세무사 등도 AI발 고용충격이 청년층에 미치고 있다. 실제 세무업계에서는 AI를 활용한 세금 신고와 환급 서비스 플랫폼이 등장했다. 한국세무사회 한 관계자는 “변호사, 공인회계사(CPA)만큼 AI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AI를 도입할 수록) 시니어 세무사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건 맞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피지컬 AI’ 혁신을 마냥 외면하면 국가 경쟁력은 물론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된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준비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이다. 국내 대학들이 과제와 시험에서 AI 사용을 엄격히 단속하는 반면 미 스탠퍼드대는 ‘AI를 잘 활용하는 법’을 교육하고 있다. 지식이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시대에 정답 찾기에 골몰하면 AI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피지컬 AI’는 저숙련 노동을 고부가가치 업무로 바꾸는 만큼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By failing to prepare, you are preparing to fail).”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남긴 말이다. “기술에 이끌리지 말고 기술을 선도하라(DON’T BE DRIVEN BY TECHNOLOGY, DRIVE IT)” 독일 뮌헨 BMW 자동차회사에 몇 년 전 걸린 홍보문구다. 우리 앞에 당면한 ‘AI 기술’이 가져올 세상이 반드시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것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급속히 첨단화하고 비용·시간도 줄일 수 있는 AI를 제조업·생활·지식산업·행정 전반에 활용한다는 건 일자리 축소를 동반한다는 의미를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피지컬 AI’는 고도의 제조 기반과 반도체 기술력, 정보기술(IT) 응용력 등을 두루 갖춘 우리 기업들에 큰 기회이자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결단코 놓치지 말아야 하겠지만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하면서 일자리 충격에도 유연한 선제적 대비를 해 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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