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애도하는 사람=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전적 의미의 애도를 뛰어넘는다. ‘고인의 죽음을 특별한 것으로 여기며 고인의 생전 시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제140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애도하는 사람’은 소설가 텐도 아라타(天童荒太·50)가 7년에 걸쳐 집필한 작품이다. 작가는 “지금 이 세상에 꼭 있었으면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고 밝힌다.

주인공 시즈토는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청년이다. 친분이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고인은 누구를 사랑했는가, 누구에게 사랑받았는가, 어떤 사람이 그 고인에게 감사했는가란 3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 대답으로 고인의 존재를 애도하고 마음에 새긴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엇갈린다. 소설은 시즈토를 향한 세 사람의 시점에서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된다. 648쪽, 1만4800원, 문학동네



고통까지 끌어안는 사랑의 기쁨

■풀밭 위의 식사= ‘자 이제, 나를 보세요. 풀밭의 외기에 맨몸을 맡기고 당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나를요. 아무것도 피하지 않은 평온한 내 눈을 보세요.’소설가 전경린(48)씨가 장편 ‘풀밭 위의 식사’를 펴냈다.

주인공 누경의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며 사랑의 본질을 천착하는 소설은 위태롭고, 조각난 여자의 감정을 따라간다. 일기장을 통해 액자 형식으로 떠오르는 누경의 옛 사랑은 삶과 기쁨, 상처의 기쁨들로 메워져 있다.

누경을 짝사랑하는 현재의 ‘기현’은 소설의 도입과 말미에 등장하는 액자꽂이가 된다.

누경은 유부남이자 대학 교수이자 먼 친척뻘인 서강주와 사랑을 나눈다. 3인칭이지만, 누경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에는 강주를 향한 누경의 일방통행적 사랑이 엿보인다.

그리고 어느 날 강주의 아내가 위암 수술을 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들은 예견된 이별의 종착지에 다다른다.

전경린 지음, 252쪽, 1만원, 문학동네



상처투성이 소녀를 위한 처방

■프로즌 파이어-눈과 불의 소년= 소설가 팀 보울러(57)가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 연재한 ‘프로즌 파이어-눈과 불의 소년’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보울러는 “자연이 인간의 형태를 지닌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16살 소년이 가족을 떠나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각종 루머와 편견이 폭력과 복수를 만들어낸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라고 물었다. 15세 소녀 ‘더스티’는 믿고 따르던 오빠가 갑자기 사라진 뒤 혼란에 빠진다. 오빠가 실종되며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빠는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

2년이 지나도록 오빠를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더스티에게 어느 날 신비한 소년이 나타난다.

소년은 더스티가 아픔을 정면으로 맞닥뜨릴 수 있도록 한다.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치유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한 소녀가 스스로의 아픔을 마주하며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은 냉정하고도 차갑다.

1·2권, 각권 280쪽·9800원, 다산책방



환상적 마술속 잔혹 살인사건

■사라진 마술사= 악마적 환상 마술 범죄를 파헤친다. 탈출 마술, 상자에 들어간 사람을 반으로 쪼개는 마술, 수많은 옷을 겹쳐 입고 몇 초 만에 변신하는 마술들을 잔혹 범죄로 재탄생시킨다. 장편소설 ‘사라진 마술사’는 전신마비 범죄학자 링컨 라임을 주인공으로 한 링컨 라임 시리즈 5번째 편이다.

라임은 범인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살해현장에서 마술 관련 단서를 찾아낸다. 같은 범인의 소행으로 여겨지는 기괴한 두 번째 범행이 발생하고, 연쇄 범행을 예고하는 단서들도 발견된다.

링컨 라임과 그의 파트너 아멜리아 색스가 마술로 감춘 범죄의 이면을 파고든다.

사라진마술사에는 두 명의 개성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환상의 마술 기술들을 범죄에 악용하는 악의 마술사 말레릭과 순수한 마술 열정으로 맞서는 선의 마술사 카라를 대비시킨다.

제프리 디버 지음, 552쪽, 1만3500원, 랜덤하우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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