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방배동 사이길' 아트거리 눈길

이대우 기자 / nice@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4-08-21 14: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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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품 공방·앤틱소품… 화보 같은 풍경
▲ 폭신한 고무칩 산책로로 새롭게 정비해 탄생한 양재천 연인의 거리. (사진제공=서초구청)
匠人의 거리서 즐기는 예술쇼핑 나들이

아트갤러리ㆍ소규모 수제품 공방 가득
매월 둘째주 토요일엔 벼룩시장 열어
이색 데이트코스 '연인의 거리'도 인기


[시민일보=이대우 기자] 최근 똑같은 간판을 내건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음식점, 스파(SPA) 브랜드 옷가게가 늘어선 길들과 차별화된 골목 문화로 '방배동 사이길'이 신진 예술인과 신선한 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1980년대 트렌드 선구자들이 즐겨 찾았던 방배동 카페골목과 한국속 작은 프랑스를 연상시키는 서래마을 사이에 위치한 방배동 42길은 최근 ‘방배동 사이길’이란 고유명사로 불리게 됐다.

방배동 함지박사거리에서 서래 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대로에서 뒷골목으로 들어서면 수제품 공방들과 아트갤러리가 미니어처 조각들처럼 오밀조밀 들어선 거리가 나타난다.

이곳은 사이길 초창기에 둥지를 틀었던 온리 갤러리와 갤러리 토스트를 비롯해 스페이스UM, 꽁트, 아우름, 드러와 등 갤러리와 공방, 가죽공예품 전문점 등 크고 작은 가게가 들어서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한땀한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핸드메이드 가게와 소규모 공방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골목 바깥세상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이곳의 물건들은 크기만 다를 뿐 판으로 찍어낸 같은 모양의 옷과 가방은 찾아볼 수 없다.

작고 섬세한 인테리어 소품과 잡지 화보에서 끄집어낸 듯 실험적이고 신선한 제품이 있는가 하면, 가죽으로 만든 가방이나 니팅 제품 등 돈을 낸다고 해도 바로 구입할 수 없는 것도 있다.

특히 니팅 제품은 기계가 아닌 손으로 직접 짜기 때문에 완성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할 때도 있지만, 작품을 보고 다른 색깔이나 디자인을 바꿔 주문할 수도 있어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맞춤형 상품도 가능하다.

특이하게 접시에 구멍을 뚫어 풍경으로 달아놓은 그릇 판매숍도 있다. 이곳엔 먹을 양만 담을 수 있는 1인식기를 비롯해 편식하는 아이들의 관심을 잡아둘 수 있는 프린팅 식기까지 다양한 식기가 전시돼 있다.

소박함과 희소성을 가진 가계도 많다. 현재 사이길엔 아트갤러리, 공방, 의류편집숍, 가구숍, 인테리어숍, 레스토랑, 커피전문점 등 대기업 브랜드보다 세련된 맛은 떨어져도 인사동, 삼청동 같은 즐길거리를 제공해주는 가계가 많다.

수제가구를 전시한 리빙숍, 빈티지한 액세서리숍, 이색적인 파티용품 판매숍 등 재밌는 가계를 구경하면서, 허기가 느껴지면 입맛이 까다로운 프랑스인들이 사는 서래마을 근처 소문난 맛집과 빵집에서 요기를 할 수도 있다.

또 구에선 사이길을 문화예술거리로 활성화시키기 위해 2011년부터 ‘방배동 사이길 축제’를 실시해 왔다.

‘방배동 사이길 축제’는 다양한 미술작품 전시와 손으로 만든 수공예품을 선보이는 축제다. 사이길 축제가 매년 5·10월 정기적으로 열리면서 서초구 지역내 거주하는 일본·프랑스인들도 공방기술을 배우러 오기도 해 지역주민은 물론 먼 곳에서도 알음알음 찾아오는 명소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매월 둘째주 토요일엔 사이길 가게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벼룩시장을 연다. 특색있는 품목을 대폭 할인해주기도 하고 희소성있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또 갤러리와 공방업체 등 30개업체 대표들로 구성된 '방배사이길 아트거리조성회'에서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마을공동체를 형성해 여러가지 문화축제와 아카데미 강좌를 열어 주민들에게 깊이 있는 예술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밥먹고 영화를 보는 일상적인 데이트 코스에 싫증난 연인들이라면 양재천 '연인의 거리'가 있다.

2009년 양재천 영동1~2교 콘크리트로 포장돼 있던 녹지대 산책로를 걷기 좋은 폭신한 고무칩 산책로로 정비하면서 연인의 거리가 조성됐다. 이팝나무 가로수 건너편엔 이국적인 와인바와 유럽풍 레스토랑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구는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기 위해 2013년 12월, 양재천의 전신주에 얼기설기 늘어진 전선을 땅 밑에 묻고 그 자리에 이팝나무 가로수 및 백합 등 다년생 초화류 2만본을 심어 걷고 싶은 거리로 정비했다.

또 지역주민들을 위해 냉·난방 시스템과 인체감지 음향시설을 갖춘 공중화장실도 새롭게 단장하고 장애인용 화장실도 별도로 설치했다.

‘연인의 거리’에는 자연광에 가까운 LED 가로등 조명을 설치하는 등 에너지절약 시범가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이로인해 밤길을 걷다보면 부드러운 곡선모양의 99개 가로등이 운치를 더해줄 뿐 아니라 전구 수명이 길어 유지관리비를 아끼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연인의 거리 건너편 산책로에는 국내 최초로 설치된 햇빛으로 조명을 만드는 '해바라기 태양광 보안등'이 저녁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에게 운치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서초구 관계자는 “양재천 산책길은 연인의 거리를 찾는 연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지만 은은한 보랏빛으로 발산되는 조명 아래 저녁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도 스트레스로 지친 심신이 힐링된다며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주민뿐 아니라 멀리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 지역상권도 활성화되는 경제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양재천 연인의 거리와 방배 사이길 같은 특색 있는 문화명소로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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