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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영국 런던 베이커 가 221B(221B Baker Street)’는 영국의 추리 작가 아서 코넌 도일의 ‘셜록홈즈 시리즈’ 주인공인 사립탐정 셜록홈즈가 살았던 하숙집 주소이다. 홈즈는 1880년대 초반부터 은퇴하는 1903년까지 허드슨 부인이 세를놓은 이 하숙집(방)을 ‘탐정사무소’로 겸용했다.
홈즈의 친구 왓슨 의사가 독신 시절에 공동생활을 하고 있던 곳이기도 하다. 이 작중(作中) 홈즈의 주소인 베이커 가 221B번지에는 아직까지도 사건을 의뢰하는 편지가 도착해 우편배달부를 곤혹스럽게 만든다고 한다.
홈즈의 활약과 역량으로 보아 낡은 하숙방 그 자체가 바로 그의 ‘탐정사무소’였다는 사실이 얼른 믿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탐정에게 꼭 필요한 것은 ‘그럴듯한 탐정사무소’가 아니라 ‘반듯한 의협심(義俠心)’임을 기꺼이 실천했다. 홈즈의 역할이 새겨진 56편의 단편과 4편의 장편소설 어디에도 그의 하숙집 밖 ‘홈즈 탐정사무소’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로변에 간판을 걸만한 탐정사무소’ 하나쯤 있어야 탐정(업) 대접을 받게 되는 양 수백·수천 만원의 돈을 들여 ‘탐정사무실’ 갖추기에 부심하는 오늘날의 탐정업 희망자들을 홈즈가 본다면 어떻게 이해할까? 탐정업 희망자들에게 감히 마음 깊이 고언하고 싶다. 탐정사무소가 아파트 작은방이면 어떠하며, 빌라 문간방(門間房)이면 어떠한가? 탐정사무소를 집(아파트 등)에 둔다하여 안될리도, 안될일도 없다. 코로나 상황 등 어려운 여건속에서 임대료 등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탐정사무소로(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한 최근의 ‘알뜰탐정·정도탐정(正道探偵)’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합동탐정사무소나 법인탐정사무소’라면 여럿이 모여 일을 볼 수 있는 ‘사무실’이라는 별도의 공간이 긴요하다 하겠지만 ‘자영업으로서의 탐정업(1인 탐정업)’이라면 ‘내가 가장 많은 시간 머무는 나의 집을 나의 탐정사무소로 정함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 아니겠는가?’, 본래 ‘탐정사무소는 일반서비스업과 달리 일상적으로 많은 고객이 드나드는 업소가 아니다’, ‘자영 탐정업의 경우 전용(全用) 탐정사무소 개설은 실무경험이 축적된 후 사업 확장 필요가 있을 때 천천히 꾸려도 된다’라는 실용주의적 사조(思潮)의 대두는 오늘날 세계적 추세이다.
일본의 경우 6만여 명의 탐정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데, 그중 2만여 명에 이르는 사설탐정들이 오래 전부터 무점포(無店鋪 nonstore) ‘재택(在宅) 탐정업’을 영위하고 있다. 자가(自家)를 업무거점으로 삼아 주로 지역사회를 영업권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고객과 상담(접촉)할 일이 생기면 탐정의 집 또는 집 근처 커피숍이나 식당, 공원 등을 미팅 장소로 이용하는 등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탐정사무소라고 소개하는 일을 조금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들로부터 ‘재택탐정은 신원이나 책임의식이 더 분명한 사람들’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한다.
‘무점포 자영 탐정업(재택탐정)’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재택탐정은 간판을 내건 합동탐정사무소나 법인탐정사무소의 역할이나 역량에 뒤질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람들은 탐정(업)의 속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런 인식은 실력(내공)으로 충분히 극복(개선)해 나갈 수 있다. 탐정(민간조사업)의 승부는 탐정 개개인의 역량(탐정술)에 달려 있는 것이지 결코 ‘탐정사무소 임차 능력’ 따위에 달려 있지 않음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여기에서 ‘무점포 자영 탐정업 종사자’들이 일응 걱정스럽게(취약스럽게) 여길 수 있는 ‘탐정업무 홍보 요령’에 있어 중점을 두어야 할 몇 가지를 예시해 본다. 우선 탐정업무 가운데 ‘영업(수익 활동)’과 ‘공익(재능기부 형태의 봉사활동)’을 6:4정도로 배분하여 대중의 관심에 부응할 수 있는 업무 방침을 유지할 것(지역과 개인의 역량 등에 따라 그 비율은 다를 수 있음), 그와 함께 신선하게 제작된 명함 및 참신한 자료 배부, 홈페이지·블로그 활용, 기고 등을 통한 신뢰도 제고, 지역내 변호사·법무사·법무사·행정사·공인중개사 등 인접직역과의 제휴, 지역내 기업체·학교 등과 협력방안 강구, 지역내 미아·가출인·실종자찾기 모임 등과 공조, 지역내 취재기자 및 NGO 등과 협력, 지역내 정당·지방의회의원·정치지망생 등과 유대 강화(특히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필요한 자료의 수집・제공 등), 지역내 방범단체 및 봉사단체와 연대, 지역내 업종별 이익단체 등과 협력, 지역내 각급 기관의 자문단체 등과 유대 강화, 기타 인적・물적 위해요소 포착이 필요한 시설주(또는 행사주관자)와의 공조 등이 그것이다.
(필자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한국범죄정보학회탐정학술위원장,前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前중앙선관위정당정책토론회평가위원,前국가기록원민간기록조사위원,한북신문논설위원,치안정보20년(1999,경감),경찰학강의10년/저서:탐정실무총람,탐정학술요론,탐정학술편람,민간조사학(탐정학)개론,경찰학개론,정보론,경호학,공인탐정법(공인탐정)의明暗과 각국의 탐정법/치안·국민안전·탐정제도 등 500여편의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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