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천의 미국통신 22] 롬니의 반란표는 정치인가 종교인가?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2-09 11: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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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일천 서울디지텍고 이사장

 

 


트럼프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이 부결로 끝이 났다. 예상됐던 일이었고 애당초 민주당도 탄핵이 가결 될 것을 목표로 한 것이기 보다는 다가올 11월 대선을 목표로 한 정치적 한 수이었다.

가능하면 이번 탄핵 국면을 질질 끌고 국민들에게 현 대통령이 이득을 볼 이슈는 묻히고 트럼프의 부정적 이미지를 증폭시킬 스캔들을 길게 가져가려 하였다. 오죽했으면 하원에서 표결이 끝나고도 상원에 보낼 요구서의 서명을 1달 이상 끌며 타이밍을 맞추려고 노력 하였다. 상원에 보내 진 이후에도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새로운 주장을 만들어내며 시간을 지연시키려 하였다.

 

국가안보보좌관에서 해임된 죤 볼턴의 자서전 발간을 둘러싸고 뉴욕타임즈에 일부 내용을 흘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과 비리조사를 연계시키라는 지시를 한 것이라는 볼턴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하여 그를 증인으로 채택하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탄핵재판을 더 오래 끌어 보려고 하였다. 이 과정에서 증인채택에 대하여는 공화당의 3-4명의 상원의원이 민주당에 동조하려다 끝내는 표결로 과반을 넘기지 못해 증인채택이 성사되지 못했다. 이를 막아낸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Majority leader)인 미치 맥코널 상원의원의 능란한 지도력과 막후 설득력이 기여한 것 같다. 트럼프도 이를 의식한 듯 맥코널 의원에 대해 포커 페이스라 칭하며 무표정한 모습으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그의 능력을 칭찬하였다.

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의원의 반란표가 화제가 되었다. 알려진 바로는 롬니가 탄핵찬성 (권력남용에 대하여는 유죄, 의회모독은 무죄)을 할 줄을 백악관 참모들도 몰랐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사전에 의견조율을 하려 한 흔적이 없다. 유일한 공화당 반란표를 제외한다면 철저히 정당소속에 따라 투표를 한 정치적 재판이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보길 어렵다. 철저히 정치적인 입장만으로 투표한 것이 아니라 법률적인 공방과 주장을 충분히 감안하여 볼 때 이 탄핵은 법률적으로 정치적 사형을 내릴 만큼의 증거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정치적 공격임이 더욱 드러났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정치적 배신을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흔히들 이번 탄핵이 공화당이 거짓을 은폐한 것이라고 주류 언론이나 민주당 측 인사들이 떠드나 이는 핵심을 왜곡 한 것이다. 의심은 가나 중형을 내리기에는 입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랜 더쇼비츠 교수의 증언대로 범죄의 심각성이 증거로 입증되지 않았으니 더 준비를 해서 기소하던지 아니면 11월 선거에서 정치적 판단을 받으라는 것이다.

밋 롬니의 정치적 배신이냐 아니면 종교적 소신이냐를 두고 양 진영은 여전히 편 가르기 식 평가를 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어느 방송에 나와 밋 롬니를 극찬하다보니 사회자가 만약 밋 롬니가 대통령후보가 된다면 당신은 런닝메이트로 부통령직을 수락 하겠느냐고 물어보니 웃으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에서 절대로란 말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며 농담 아닌 농담을 하기 까지 하였다. 트럼프와 롬니는 트럼프 당선 후 초대 국무장관 지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후보자의 한 사람으로 그와 식사초대를 받고 만나는 등 매우 가까워지는 듯 했다. 그러나 결과는 렉스 틸러슨이 국무장관으로 결정되었다. 일부 언론 등은 트럼프가 롬니를 망신주기 위해 슬쩍 미끼를 던져 주고 나서 그가 자신에게 자리를 얻기 위해 아부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고 이번 반란은 그때의 연속이라는 말도 한다. 누가 알겠는가?

롬니에게 한 방 맞은 트럼프는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그를 비난하며 종교를 빙자하여 자신이 옳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사람을 미워한다고 하며 공격하였다. 롬니는 자신이 유죄표결을 하기전 행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투표가 정치적으로 많은 짐이 되나 신앙양심에 따라 결정 한 것이라 하였다. 정치적으로는 손해이나 자신의 종교적 입장에서는 잘못을 감쌀 수 없어 불가피하게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하며 사뭇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아직도 분이 안 풀렸다는 것인지 백악관에서 열린 재판승소 축하모임에서도 재차 롬니를 공격하며 그가 종교를 정치의 보조기구(Crutch)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자신은 떳떳하며 민주당의 사기탄핵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하였다. 사실 민주당은 재판이 결론 났음에도 이를 인정치 않으며 그가 탄핵당한 기록(사실 무죄로 되었기 때문에 무죄로 기록 되지만)은 영원하게 수치로 남을 것이라고 하며 정치공세를 계속 하고 있다. 그러려고 탄핵을 서둘러 추진한 것이란 걸 입증하는 것 같다.

정치인들이 종교를 이용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종교와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생중계로 방송된 상원재판의 시작은 상원의 목사가 기도하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시작한다. 이러한 미국의회의 전통이 계속 유지되는 것은 정치가 절대자에 대한 경외함 아래서 이루어 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미국은 국교가 없으나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초기 미국을 세운 사람들은 대부분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다. 다만 기독교를 국교로 하지 않고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으로 세운 나라이다. 왜냐면 신앙을 국가가 좌지우지 하는 것이 얼마나 폐해가 많은지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정교분리가 전통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종교가 정치에 독립적이란 말이 아니라 종교(영국의 성공회가 개신교를 탄압한 것)적인 것으로 정치적 박해 등 압력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오로지 개인의 신앙선택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롬니가 자신의 종교를 정치에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대선전에서도 기독교계의 지지를 얻기 위해 빌리 그레함 목사를 예방하고 그의 축복과 지지를 얻을 때도 종교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 하였다. 기독교계는 롬니의 몰몬교를 이단으로 평가하면서도 오바마와 대별되는 것 때문인지 그의 정책이 종교적이란 이유로 이단 몰몬교 신자를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기독교계가 지지하는 것처럼 연출 하였다. 꿩 아니면 닭이란 것인지 혼란스러운 것이었다. 기독교계의 지도자인 빌리 그레함의 이런 종교 다원주의적이고 복음적이지 않은 행동은 추후 그의 신앙관에서도 입증되었다. 빌리 그레함의 경우도 롬니처럼 기독교를 정치적으로 내 준 경우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행동에 종교적 신념이란 좋은(?) 포장지를 이용해 논란을 피해가는 꼼수를 보인다. 흡사 우리나라에서도 노조지도자가 노동활동의 범위를 넘어선 불법 정치행위를 하고서 사찰에 들어가 법에도 없는 종교시설의 치외법권적 관행을 악용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구속여장이 발부되어도 종교 시설안으로 도피하면 치외법권이 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애당초 탄핵이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되고 그 과정에서 법적 증거가 확보 안 된 것을 아는 롬니가 이에 대해 종교적 신념으로 판단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부족하다. 롬니가 신앙적인 기준으로 트럼프를 정죄하는 공개적 판단을 하였다면 민주당이 벌이고 있는 거짓 주장과 정치공세를 비판하는 주장은 왜 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아담 쉽의 거짓 대화록 주장이나 증인과의 관계에 대해 엉뚱한 주장을 하는 것 등은 지나치면서 정적인 트럼프, 그리고 대중여론상 트럼프가 잘못 했다는 상당한 여론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종교적 포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의 정치에도 빈번히 종교적 포장이 전문정치에 이용되고 있다. 최근 신당추진을 하고 있는 그룹도 기독교세력을 주요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도 지금과 같은 국가기조를 흔드는 정치상황에서 진실 된 기독교인들이 정치에 무관한 듯 행동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좀 더 냉철히 보아야 할 것은 지금의 정치행위가 과연 기독교적 신앙에 기반 한 것인지 기독교 종교집단이 활용가치가 있어서 인지는 따져 보아야 한다. 신앙이냐 종교냐의 구별이 필요하다. 이를 분별하는 방법은 그들의 표면주장만이 아니라 그들의 신앙관이나 이에 준하는 삶을 살아 왔는지에 대한 평가가 따라야 한다. 그러한 냉철하고 주의 깊은 접근이 없이 성급히 평가하고 참여하면 사회를 이끌어 가야 할 신앙인들이 세속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프로정치꾼들로 전락하여 사회의 지탄을 받을 위험과 진실 된 신앙인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줄 것이다.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다. 그리고 더 더욱 사회에서 세상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방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종교적으로 철저한 바리새인을 예수님은 꾸짖지 않았는가? 정말 신앙을 지키며 살아가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좁고 험한 길이 되더라도 신앙을 지키고 이에 준하여 행동하는 사람들이 결국 종교의 포장지로 정치를 하는 거짓 된 자들과 구별되는 시간이 올 거라는 믿음으로 견뎌내야 한다. 진실 된 기독교인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도 진짜 신앙과 무늬만인 종교적 정치인을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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