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천 서울디지텍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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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 17일이 되면 미국에서는 성 패트릭 기념일 (St. Patric’s Day)이 요란하게 진행된다. 온통 초록색이 거리를 뒤 덮으며 이 날을 또 하나의 상업적 대목으로 여겨 한 몫 챙기려는 일 들이 벌어진다. 이러한 캐돌릭 기념일을 접하면서 생각나는 역사가 있다. 1845년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대기근 말이다. 감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농업생산에서 불어 닥친 감자마름병균의 전파로 다른 유럽의 지역보다 극심하게 피해를 본 아일랜드는 엄청난 빈곤 및 사회적 불안을 피하고자 기독교 중심으로 이민이 이루어지던 미국에 많은 수의 아일랜드계 이민자(캐돌릭 신도 다수 포함)들이 이민을 택하였다.
그 결과 미국의 노동시장과 경제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미국 인구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아이리쉬 미국인들은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과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케네디 대통령도 아이리쉬 미국계 이민자의 후손이다. 그는 기독교가 다수인 미국정치에서 최초의 캐돌릭 대통령으로 그로 인해 미국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마치 무슬림계인 (그는 부인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때문에 엄청난 미국사회의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 미국 대선의 남은 3인 (트럼프, 바이든, 샌더스)도 각기 다른 인종적 차이가 있다 Scottish 트럼프, Irish 바이든, Jewish 샌더스 이다. 이 배경적 차이가 미국정치에 어떤 변화를 줄지도 관심거리이다.
유독 아일랜드가 세균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이유는 여러 작물을 섞어 재배하지 않고 경작방법도 지나치게 밀집해서 심은 탓이라고 한다. 이는 같은 균이 번진 타 지역에서 보다 아일랜드의 피해가 극심한 결과를 가져온 것만 보아도 이견이 없다. 이는 농업지식의 부족이 아니라 더 많은 소득을 얻고자 하는데서 온 인위적인 재앙인 것이다. 마치 한국과 이태리에서 일어나는 중국 발 전염병이 유독 두 나라에서 급속히 퍼진 것과 비교가 된다. 국민건강위협보다 눈앞의 경제적, 정치적 이익추구라는 균형을 잃어버린 정책적 결과이다. 극심한 기근을 견디다 못한 많은 사람들이 전에는 사회적으로 열악한 노동 등에 종사하거나 기독교계 사람들이 주를 이룬 미국 이민에 뒤늦게 동참하여 미국에서 막노동과 저임금으로 미국 경제에 흡수되어 왔다. 아이리쉬 이민자들이 미국경제사에 끼친 영향 등에 관하여는 많은 자료들이 있다.
이처럼 세균이 역사를 바꾸어 놓는 경우들은 많이 있다. 유럽에서의 페스트가 이에 해당되기도 한다. 이번 우한폐렴 전염병균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도 후세 역사가들은 이로 인해 많은 세계사적 변화가 있었다고 회고 할 것이다. 우선 이번 사태를 통해 미국 내에서는 생산방법 (Supply chain)에서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던 기존의 방법에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안보 등의 문제로 지나친 중국의 역할을 경계하던 때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촉발된 현 사태는 많은 미국의 기업들이 중국의존도를 결정적으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반중국적인 미국의 조처들이 스탠바이 하던 차에 주요기업이나 일반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도 차이나 포비아의 급속한 전파가 목격되고 있다. 미국 뉴스에서 어느 중국음식점 주인의 인터뷰를 보았다. 사스나 메르스 등의 사태도 겪은 그는 지금의 사태는 유래가 없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보이고 있으며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다 미국 내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이 노골화 되지는 않을까 걱정해야 할 정도이다. 미국인들의 눈에는 중국인과 다른 아시아인들을 구별하기 힘들다. 마치 우리가 미국사람과 유럽인들을 구별하기 힘 든 것처럼 말이다. 그 다음으로는 기존의 오프라인 중심의 상거래에서 급속도로 온라인 판매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상품만이 아니라 스포츠도 관중 없이 텔레비전 중계로만 진행되는 경우들이 수없이 많아지고 있으며 이게 어쩌면 이 사태이후에도 계속될 여지도 있다. 앞으로 미국의 여러 운동경기에서는 관중 없는 중계방송이 주류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의 경우도 원격수업의 급속한 증가가 예상된다. 이 또한 빌 게이츠 등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태가 아니어도 주창하고 필요하다고 하던 새로운 수업 방법이다. 지금도 활발한 원격수업이나 이로 파생된 새로운 학습방법이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는 역사적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 까 한다.
아무리 생산방법의 차이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소비처의 세계적 구도가 금세 바꾸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은 전 세계 소비시장의 가장 큰 시장이다. 따라서 이런 최대 시장 국가 미국에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가까운 지역인 멕시코, 캐나다 등의 생산기지화가 활성화 되리라 보인다. 그러나 미국 등의 나라에서 생산하기 위 하여는 필연적으로 스마트화를 통해 높은 인건비를 줄이는 기술적 대응이 필연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스마트 공장화는 이미 현실화 되어가고 있으며 여러 분야에서 급속히 확산 될 조짐이다. 이 또한 세계사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이 된다. 어느 경우든 이러한 변화의 주역이 미국이 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리고 이에 대비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경쟁력은 뒤쳐질 수밖에 없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져올 여러 분야에서의 변화를 먼저 읽고 이에 대비하는 지혜로운 국가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에게 유리한 것으로 보이고 미국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대만을 주목해야 한다. 철저히 미국과 동맹관계를 발전시키고 같은 민족인 중국에 대하여는 철저히 구별되면서 세계사의 흐름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대만이 중국과 가까운 지리적, 경제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이 전염병을 잘 막아내는 것만 보아도 지금의 사태는 의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그리고 용기를 내어 한 현명한 선택의 덕분으로 보아야 한다. 대만과의 벼락치기 단교를 한 한국과 싱가포르의 경우와 너무나 비교된다. 도시국가인 싱가폴은 우리가 대만과 단교 할 때 중국과 이중 수교를 하여 지혜로운 선택을 하였다.
대한민국은 공산주의 중국과 함께 망하는 길로 가서는 안 된다. 지금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심화되는 대결에서 우리의 선택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좋아서가 아니라 미국의 정신과 체제를 우리의 것으로 택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이 바로 미국의 정신이다. 그런데 이런 기적의 대한민국을 망해가는 나라에 예속 시키려는 거 보면 이완용이 따로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관파천의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는 대한민국, 세계 최악의 나라인 북한을 보면서 왜 우리는 이렇게 역사를 제대로 볼 줄 모르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 역사의 선택을 잘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에 대하여 혹독한 평가표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번 우한폐렴 전염병사태는 소련연방이 해체된 것에 견줄만한 상황, 즉 하나의 중국에서 해체 된 새로운 중국을 만들지도 모른다. 이건 바이러스 균이 막강해서가 아니라 어느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 졌나가 매우 중요하다. 업 친데 덮친다는 말처럼 이 병균의 전파가 던질 파급력이 극대화되는 시기에 중국에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막강한 권력이 세균에 의해 무너지는 사태가 없으리란 법이 어디 있는가? 보수냐 진보냐의 진영싸움이 아니라 역사를 겸허하게 보고 대한민국의 편이냐 아니냐의 싸움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역사의 질문이다. 당파싸움이 아니라 우리는 미래를 잘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한 겸허한 평가를 해야 할 중대한 역사의 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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