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 외면하고 싶었던 예견된 참패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4-08 14: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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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춘보 전 다산저널 발행인

심춘보 전 다산저널 발행인



으스대면서 시작해 볼까 한다.


어제 투표가 한창 진행 중일 때 나는 SNS에 단문을 통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18% 차 이상으로,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박형준 후보가 20% 차 이상으로 압승하리라는 통밥(?)을 내놓았다. 뜬금없는 엉터리 예측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점쟁이 속옷을 입었다는 말을 들을 만한 결과다. 근자에 들어 <주역>에 기웃거리다 보니 그 같은 통찰력이 저절로 생겼는지 어쩐지 예측은 적중했다. 당사자인 나조차도 섬뜩할 지경이다. (18.32%차)

설사하는 놈에게 아주까리기름 먹인다고 하겠으나 사실 이번 선거는 예견된 여당의 참패였다. 초반 박영선 후보가 우세를 보여준 적도 있었지만 하지 않아도 되는 선거에 염치없게 끼어들 때부터 패배는 당연한 일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민주당의 이번 선거 참여는 명분이 없다고 주장해왔기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자신들의 추잡스러운 행위로 말미암아 치러지는 선거였기에 표를 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부터가 염치를 버린 행위였다. 그것도 국민과의 약속을 깡그리 무너뜨리면서까지 선거판에 기웃거렸으니 국민이 좋게 볼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이낙연 대표의 결기는 하나 마나 한 짓으로 귀결되었고 그는 이제 책임에서 자유스럽지 못할 시간에 직면했고 심판을 받겠다는 사람들이 정책선거가 아닌 네거티브로 일관했던 것도 참으로 낯부끄러운 짓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진 것이 비단 부동산 문제만이겠는가? 위선과 오만, 그리고 교만이 결정적 패인이라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질 때 예견된 참사라는 표현을 쓴다. 후견지명에 밝은 우리 국민의 전유물 같은 표현이지만 예견은 막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막지 못한 것은 다름 아닌 인재다.

민주당의 이번 선거 역시 인재다. 총체적 난국을 만든 것은 180석에 취한 오만과 독선 그리고 위선이었던 셈이다. 다 아는데 그들만 모르는 척했던 것이다. 국민을 우습게보고 말이다.

거기에는 건전한 비판조차 허락하지 않는 문화가 화석처럼 굳어졌던 것도 한몫했다. 건강해야 할 초선 의원들은 홍위병으로 전락해서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고민정 의원이 조롱당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주자(주희)의 학문에 대해서는 일자 일획도 건드려서는 안 된다며 주자를 비판하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아 멸문지화를 만들어버렸던 송시열과 같았다. 그러니 내부에서도 건강한 비판이 있을 수 있겠는가. 오직 일사불란만 있었을 뿐이지. 건강하지 못한 정당에서 건강한 비전이 나올 리 만무한 것.

크게 잃어야 크게 얻는다.

처참한 몰골로 패했다. 어느 특정 사안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4년간 축적된 총체적 문제다. 아마 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민심이었을 것이다. 회초리를 들었다는 표현보다 몽둥이, 아니 철퇴를 들었다는 것이 적확한 표현이다.

선거 기간 내내 이길 수 있다는 자기 최면을 걸었지만 전통적 지지층 말고는 죄다 돌아섰다. 그냥 돌아선 게 아니라 분노. 김 안 나는 물이 뜨겁다는 말을 실감했을 것이다.

가덕도로 환심을 사보려 했으나 불발로 끝나버렸고, 10만 원으로 서울시민의 표를 사보려 했으나 역시 무위로 끝났다. 그들만 몰랐을 뿐이지 이번 선거는 백약이 소용 없는 선거였다. 민심이라는 물은 세상을 뒤엎을 만큼 성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음과 양이 교차로 움직인다. 언제까지 낙담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것이 진리다.

다만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이루기 위해서는 찰察이 필요하다. 살피라는 얘기다. 살핌에는 내려놓는 게 동반되어야 한다. 내려놓음에는 뒤로 물러남도 따라야 한다. 특히 친문세력이 득세하려 했다가는 완전히 골로 갈 것이다. 문빠 역시 역사 속으로 조용히 사라져야 한다.

상대의 월등하고 탁월한 기술에 지배되어 졌다면 기술 연마에 필요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삼척동자가 알듯 야당이 월등해서 야당에게 민심을 퍼준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어서기는 훨씬 수월하다. 야당의 기술이라고 해봤자 별것 없다는 것은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일 아닌가. 따라서 자신의 부족함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짚고 다시 채워나가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패배가 약이 되는 순간도 그리 어려울 것이 없다.

한편 선거에서 이긴 야당도 다르지 않다. 자신들의 오롯한 실력으로 이긴 게임이 아니라 상대가 자만하는 통에 벌어진 승리다. 때문에 자만은 금물이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요리사와 같은 심정을 가져야 한다.

음식은 깊은 맛이 있어야 손님의 사랑을 받는다. 겉만 화려하게 치장을 한 음식은 아무리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고 해도 생명력이 길지 않다. 국민으로부터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겉의 화려함이 아닌 속이 여문 정치를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마이클 샌델’ 교수는 자신의 저서<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자신의 성공이 자신이 잘나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패배주의’만큼이나 경계해야 하는 것이 ‘승리도취’다. 상대의 헛발질로 이룬 승리이기에 자신감을 갖는 것을 말릴 수는 없는 일이나 지나친 자신감이 화를 불러오는 예는 역사적 사례가 말해주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주역>에 謙謙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겸손하라는 말인데 그냥 겸손이 아니라 매우 겸손하라는 뜻이다.

다 이룬 괘 다음에 겸손하라는 괘가 이어지는 이유도 겸손하지 않으면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180석의 승리에 취했던 민주당처럼.

언필칭 사주四柱가 아무리 좋아도 절제하는 사람 못 당한다는 말이 있음을 부적으로 달고 다녀야 할 것이다.

여당의 처참한 참패로 끝났지만 이는 어느 한쪽의 승패로 규정짓기보다는 성난 민심을 보여준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건강한 국가를 갈구하는 간절한 기대도 결과에 내포되어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물은 언제든지 배를 뒤집어엎을 수 있다는 말하자면 영원한 지지라는 것은 결코 없다는 엄중함을 보여준 결과다. 이긴 정당이나 진 정당은 지고 이긴 것의 문제를 넘어 미래를 보기 바란다. 그것이 정치하는 사람이 추구해야 할 가치이자 도리다.


폐일언하고 이제 민주당은 누구의 눈치를 봐야 하는지 스스로 돌아볼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극렬 지지자들의 눈치를 계속 봐야 한다면 민주당은 백 번을 죽어도 살아나지 못할 것이다.


더는 국민을 이기려 하지 말고 진정성 있는 몸부림을 기대한다. 그래야 산다.

자고로 매는 아파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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