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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꾸기도 하고, 양심 부재의 시대가 맞는 것 같다. 워낙 특별한 사람이라서 아무 거리낌 없이 하고 싶은 말 마음대로 하는 모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재형 감사원장 사표를 수리하면서 한 말이 하도 기가 막혀서 하는 소리다.
임기가 보장된 감사원장이 중도에 사퇴하고 정치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라고 질타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리수나무 밑에서 도를 닦던 부처가 들었으면 머리 깎은 일을 후회할만하고, 공자가 들었으면 하늘을 보고 세 번 울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소크라테스가 들었다면 괜한 소리(너 자신을 알라) 했다고 가슴을 쳤을 일이고, 광자매(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 아버지 철수가 들었으면 “이건 아니라고 봐”라고 했을 법 하다.
자연인 문재인이었다면 절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볼 때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꾸기도 한다고 한 강준만의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도대체 양심은 어디에 보관하고 다니는지...
공무담임권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누구든지 선거에 나서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정치적 중립이 최고의 가치인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이 중도에 사퇴하고 호흡을 가다듬지도 않은 채 정치를 시작하는 것은 문재인의 말처럼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특정 진영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 인지라 임기 중 일어난 모든 사안들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도 사퇴하거나 임기가 끝나자마자 특정 정당에 귀의歸依하는 것은 좋은 모습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며 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하려 할까?
자신들이 아니면 이 나라가 어찌 된다는 것일까?
참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겠는가만 그들 눈에도 이 나라가 정상이 아닌 나라로 보인 것만은 확실하다. 정상이 아닌 나라를 정상으로 돌려놓겠다는 것은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이나 다를 게 없다고 본다. 할 수만 있다면 누구든지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말이 나왔으니 어디 한 번 해보자.
좋지 못한 선례는 누가 먼저 남겼는가? 문재인이 전문 아닌가? 우리 국민 대다수는 그렇게 보는데...
오죽했으면 어느 네티즌은 문재인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좋지 못한 선례라고 했을까?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국민은 다 안다. 고분고분하지 않은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꼼수와 무모함을 동원하지 않았던가.
정치권에서 감사를 해 달라고 해서 한 월성원자력 감사를 제대로 했더니 멱살을 잡혔다. 뛰다 죽을 노릇이 아닌가?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인가? 그런 것을 다 아는 국민이 문재인이 고맙게도 키워놓은 윤석열과 최재형을 정치권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윤석열과 최재형이 마땅치 않았다면 차라리 파잔(코끼리 길들이는 방식)이라도 해서 사람을 썼어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투기 의혹 대상자에게 부패를 척결하라고 칼을 쥐여주지 않나,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는 눈 크게 뜨고 찾을 필요가 없이 곳곳에 널려있어 일일이 열거조차 할 수없을 지경이다. 임기가 끝나면 도대체 어찌 감당하려고 그랬는지, 피해 나갈 무슨 용빼는 재주라도 있는지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그런 사람이 선례 운운한 것은 뻔뻔함의 극치다.
이 정권이 제대로 된 정권이라면 오늘 이런 사태에 대해 윤석열이나 최재형을 탓하거나 권력욕에 사로잡혔다고 몰아세울 일이 아니라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기에 검찰총장, 감사원장이 임기 중에 정치를 해야겠다고 나섰는지를 말이다.
하루에 세 번이 아니라도 좋다. 너무 과한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으나 단 한 번이라도 가슴에 손을 얹고 지난 4년의 궤적을 돌아보기 바란다.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라는 말이 있다. 거센 바람이 불면 강한 풀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역경과 고난을 겪어야 진면목을 알 수 있는 법이다.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 능력까지 필요 없다. 기왕 나섰으니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고 그것을 바로 세우 면 족하다. 누가 하든지 말이다.
200여 년 전 <다산>의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이 나라는 털끝 하나라도 병들지 않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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