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과 조국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5-18 09: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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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ㆍ의학박사


윤석열 대통령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고심하고 있다. 외람되지만, 그 깊은 고민을 공감하고 이해한다.

정호영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에서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정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더불어 민주당의 정후보자에 대한 핵심 결격 사유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인 자녀 입시 문제와 병역 문제였다. 민주당은 일찍이 정 후보자를 “조국과 동일하다.”고 주장하며 정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정후보자의 자녀 입시 문제와 병역 문제에 대해 사실을 소상히 밝혀야 했다. 그것이 그들이 그동안 주장해온 정후보자가 ‘조국과 동일하다.’ 그래서 정 후보자는 안 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명 드리는 주요한 기회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문회를 통해 안 사실은 청문회 증인들로 나온 모든 이들이 정후보자의 자녀 입시 문제와 병역 문제에 있어 어떠한 편법이나 불법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청문회를 통해 사실을 밝힐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며 전원 퇴장했다고 한다.

나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민주당이 정 후보자의 부적격 핵심인 “조국과 동일하다.”는 주장이 ‘프레임(frame)’이었단 말인가? ‘프레임(frame)’은 “틀에 넣는다.”는 뜻으로 ‘틀 효과‘라고도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그것을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다르게 사고하고 다르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이 있다. 어떤 일에 한 번 몹시 놀란 사람은 그와 비슷한 것만 보아도 놀라기 쉽다는 뜻이다. 어떤 상황에서 그와 같지는 않지만 유사한 일련의 상황을 보고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을 학습이론에서는 ‘일반화’ 현상이라고 한다. ‘변별’이란 유사한 상황을 구분하는 학습 능력을 말한다. 위에서 든 예로 보면 자라를 보고는 놀랐지만 솥뚜껑을 보고는 놀라지 않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인지 심리학자 진 피아제(Jean Piaget)에 의하면 인간이 외부의 지식을 습득하여 사고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동화(同化)와 조절(調節)이다. 동화란 자신이 이미 확립된 지식체계, 믿음 또는 정신구조를 통해서만 세계 또는 경험을 받아들이는 주관적 과정이다. 예를 들면 어린 아이에게 개를 보고 개라고 이야기 해주었는데, 이 아이가 다음에 고양이를 보고도 개라고 한다. 이 아이는 ‘네 발 달린 동물이면 모두 개’라는 자신의 사고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절은 새로운 세계와 경험을 했을 때, 자신의 확립된 지식체계, 믿음 또는 정신구조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함으로써 자신의 지식, 믿음, 사고를 바르게 적응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예를 들면, 개와 고양이가 모두 네 발 달린 동물은 맞지만, 변별점으로 살펴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것이다.

동화와 조절을 말하는 것은, 우리 인간은 외부 세계를 볼 때 자신만의 ‘사고의 틀’에 갇혀 폐쇄적인 고정관념에서만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부정적인 경험이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상황이 바뀌어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나라 좌파 정치인들은 ‘프레임(frame)’ 짜기에 강하다. 우파는 이 ‘프레임(frame)’에 터무니없이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정서가 때로는 위험하다. ‘광우병’이 그러했다. ‘프레임(frame)’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것은 진짜의 틀에 넣고, 불리한 것은 가짜의 틀에 넣는다. 이들은 가짜 믿음을 유도하고 가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철저히 이용한다. 더 나아가 가짜가 아닌 사실만을 모아도 현란한 편집으로 진실을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 정호영 후보자의 문제도 편견이 아닌 정견으로 보자. 우리는 아직 정후보자 문제의 사실과 진실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정후보자 국회 청문회에서의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우선 정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사에서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하시며, “민주주의의 위기는 반지성주의이며, 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이다.”라고 강조했다. 윤대통령의 말씀대로라면, 우선 정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

그리고 정후보자의 문제를 수사기관 수사를 통해 한 톨의 의혹도 없이 밝히고, 문제가 있을 경우 당연히 사퇴하고 법적 조치를 받으면 된다. 법치국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살아있다. 집단의 이익에 의해 원칙이 왜곡되고 다수의 힘으로 진실을 누르는 것은 반지성주의이다. 국민정서도 중요하지만, 진실은 더 중요하다. 다수가 믿고 다수가 원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양심과 자유도 중요하다. 그래야 자유 민주주의이다.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호영 후보자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고 정점에 이르렀던 지난 2020년 3월 공황에 빠졌던 대구를, 생활치료센터와 중증 환자 진료 체계 등 코로나19 치료와 방역 대응으로 구했다. 또한, 코로나19의 전국 전파를 막은 숨은 영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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